미국 동남부에 위치한 조지아 주에는 한인들이 약 7만 1000여명 거주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가장 한인 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다. 1995년에 기아자동차가 조지아 주 웨스트포인트에 처음으로 미국 공장을 설립했고, 2018년에는 SK이노베이션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잭슨카운티에 만들었다. 현대차는 조지아 주 사바나 인근에 미래 전기자동차 공장을 만들 계획이다. 조지아 주는 여기에서 수천개의 일자리가 만들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지아 주는 미래 차량에 필요한 각종 부품과 배터리, 완성차 제조공장 등이 들어설 수 있는 중요한 제조허브가 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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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장재훈 대표와 조지아 주지사 브라이언 캠프(좌)가 지난 5월 현대차 공장을 조지아 주에 짓는 협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는 모습
이번 양자의 합의에 따라 조지아 주 정부는 현대자동차에 4억 7200만 달러가 넘는 재산세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또한 향후 5년 동안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가로 2억 1200만 달러의 법인세 소득에 대한 세금공제 혜택도 받게 된다. 또 주 정부와 현대차 공장이 들어서는 사바나 지역 인근 지방자치단체들은 발전소가 들어설 땅 구매비용 8600만 달러, 도로 건설 등 인프라 구축에 2억 달러, 건설 및 기계 장비 자금 5000만 달러를 자신들의 재정비용으로 충당해 주기로 했다. 반면 현대차는 사바나 인근에 55억 달러를 투자해서 전기차 제조공장을 만들고 현지에서 8100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AP 통신은 “이번 합의는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 개발 관련 계약”이라고 전했다. 조지아 주는 매우 오랜 기간동안 현대차 등 한국 기업들의 입주를 위해 신뢰를 쌓아왔다고 밝혔다.
조지아 주 경제개발 커미셔너인 팻 윌슨은 “1985년부터 한국 서울에 사무실을 만들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에서 시작해 조지아 주와 한국 기업들과의 관계는 정말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조지아 주의 가장 큰 무역파트너는 한국이며, 2021년 총 무역규모는 88억 3000만 달러에 달한다. 2020년, 2021년 회계연도에 조지아 내에서 일자리를 가장 많이 창출한 기업들이 소속된 국가도 한국이었다. 올해 5월 현대차가 조지아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하기 직전까지 미국 내에서는 테네시,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5개 주가 열띤 경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팻 윌슨 커미셔너의 경우 최근 수년간 한국을 10차례 방문했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도 2019년 취임한 이래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고,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당시 총괄수석 부회장과 식사를 했다. 2019년 11월 기아차 조지아 공장 가동 10주년 행사에서도 정 회장을 만나 선물을 건넸고, 2020년 정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승진하자 축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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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주가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직접적인 감세 ▲제조시설을 위한 인프라 제공 ▲낮은 노동조합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또한 최고의 대학 중 하나인 조지아 공과대학과 기아차 등은 협력을 통해 교육센터를 만드는 등 인재들을 키우기 위한 공동의 노력들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조지아 주에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각종 관공서에서 지원하는 언어 중 한국어를 적극 포함시키는 정책들을 펴고 있다. 이처럼 적극적인 조지아 주 정부의 노력들은 현대차 등과 같은 한국 기업들 뿐만 아니라 현지 기업들에게도 매력요인이 되고 있다. 일 예로 전기차 회사인 리비안(Rivian) 또한 공장을 조지아에 짓기로 결정했다. 조지아 주는 리비안을 위해 약 15억 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조지아 주가 제공한 기업 인센티브 중 이제까지는 가장 큰 규모였다. 이제 현대차가 18억 달러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이 기록은 또 깨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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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2025년 1차적으로 최소 연간 20만~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한 뒤 향후 점진적으로 생산량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완성차 부품의 75%를 현지에서 생산해야 무관세 혜택이 주어지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2025년 7월 시작되는 만큼 이 시기 이전에 공장이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공장이 아이오닉7과 EV9을 시작으로 향후 출시되는 전기차 대부분을 생산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를 총 1만9590대 판매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전기차 공장이 조지아주에 들어서는 만큼 배터리를 만드는 ‘SK온’과의 협력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SK온은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1·2공장을 두고 있으며 향후 3·4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반 아시아 정서, 총기사고 등과 같은 문화적 문제들은 여전히 한국 기업들의 조지아 진출을 불안하게 하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 계 여성 6명이 사망한 애틀란타 총기사고 같은 사례들이 그런 예이다. 현지 한인들은 ‘조지아 주 내에 있는 일부 지역들에는 외부인이 자신들의 공동체에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정서가 존재한다’고 증언하고 있다.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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