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년 7개월 최장 금리 동결
인플레 둔화에 인하 논의 가능해져
“시장 기대는 과도… 불확실성 남아”
美 연준은 9월 인하 가능성 높여
“인플레 2%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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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했다. 인플레이션 둔화 국면에 접어들고는 있지만 원달러 환율과 가계대출 상황이 불안정해 금리인하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가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준비할 상황이 조성됐다”며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 시장의 관심은 벌써 10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로 향하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11일 열린 올해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전원일치 의견으로 금리를 3.5%로 동결하기로 했다. 한은은 지난해 1월 13일 이후 12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8월 22일까지의 기간을 더하면 1년 7개월 이상 금리를 묶어 두는 것으로 역대 최장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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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하긴 했지만 인하 시점에 대한 한은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한 달러 강세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대출이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 이후 “저를 제외한 6명 중 2명은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며 “물가상승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금리인하 가능성을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지난 5월엔 깜빡이를 켠 상황이 아니라 금리인하 준비를 위해 차선을 바꿀지 말지 고민하는 상태였다”며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리인하 시점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 셈이다.
다만 이 총재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시장 상황을 경계하기도 했다. 그는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 요인이 많다”며 “언제 방향 전환을 할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물가와 금융 안정을 고려할 때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고, 이 기대가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 역시 각종 경제지표가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수 있다”며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였다. 파월 의장은 또 “기준금리 인하는 주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필요한 시점에 준비되면 결정될 것”이라며 “정치적 일정과는 관계없다”고 말했다.
최재성 기자
2024-07-12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