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 美 금리인하 지연 등 고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0%로 10번째 연속 동결했다.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마지막으로 인상한 뒤 1년 3개월째다. 물가 상승률이 3%대로 여전히 높고, 미국의 금리 인하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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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2일 열린 올해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유지하게 된 배경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높은 수준이고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큰 만큼 현재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금통위의 설명처럼 10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데는 높은 물가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과 3월 연속 3.1%를 기록하고 있다.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는 2%다. 여기에 더해 중동 지역의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까지 배럴당 90달러대로 뛰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은 “앞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은 둔화 추세를 이어가면서 연말에는 2%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양상 및 국제 유가 움직임, 농산물가격 추이 등과 관련한 전망의 불확실성은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계속 늦춰지는 것도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운 요소로 작용한다. 미국의 경제 지표 호조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예상보다 지연될 뿐 아니라, 연내 금리 인하 횟수가 기존 기대보다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소비자 물가 전망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며 “이러한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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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4.4.12/뉴스1
금통위는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0.5% 내린 뒤, 그해 5월 0.25% 추구 인하로 0.50%까지 내렸다. 이후 2021년 8월부터 인상하기 시작해 1년 반동안 10회, 총 3% 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다 지난해 2월 동결하면서 금리인상 기조가 깨졌고, 3.5% 기준금리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 1월 ‘추가 인상 필요성’ 문구를 빼므로써 더 이상의 인상 여지는 없앴으나, 지난 2월에도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융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