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마주 앉은 여야 대표
금투세 손질·의료대책 논의 공감대
채상병 특검범 등 쟁점은 합의 불발
3시간여 ‘협치 회담’… 지구당 제도 부활 등 8개 의제 손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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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 본청 접견실에서 여야 대표 회담에 앞서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여야 대표가 공식 회담을 한 건 2013년 이후 11년 만이다.
안주영 전문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여야 대표 회담에서 의료사태와 관련해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했다. 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관련해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 등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고 양당의 민생 공통 공약을 추진하는 협의 기구를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반면 채상병특검법과 전 국민 25만~35만원 지원법 등 이견이 컸던 현안 합의에는 실패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과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013년 이후 11년 만에 개최된 이날 여야 대표회담 종료 후 이를 포함해 8개 부문의 합의 내용을 담은 ‘공동발표문’을 발표했다.
양당은 반도체 산업, 인공지능(AI) 산업, 국가 기반 전력망 확충을 위한 지원 방안을 적극 논의하기로 했다. 또 가계와 소상공인의 부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적극 발굴하고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맞벌이 부부의 육아 휴직 기간 연장 등 육아휴직 확대를 위한 입법 과제를 신속 추진하기로 했다. 이 외에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의 심각성을 함께 인식하고 이에 대한 처벌과 제재, 예방 등을 위한 제도적 보안 방안을 신속 추진하기로 했다. 정당정치의 활성화를 위해 ‘지구당 제도’의 재도입을 적극 협의키로 했다.
양측은 이날 애초 계획했던 90분을 훌쩍 넘긴 3시간여 동안 회담을 진행했다. 양당 정책위의장과 수석대변인이 함께 참석하는 ‘3+3 방식’이나, 회담 종료 직전에는 배석자 없이 두 대표가 독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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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 본관 접견실에서 여야 대표 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 한 대표, 곽규택 수석대변인,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 이 대표, 진성준 정책위의장.
안주영 전문기자
한 대표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육아휴직 기간 및 연령 확대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지원 확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 확대 등의 ‘저출생 해결 패키지 3법’과 ▲촉법소년 연령 하향 ▲AI 기본법 ▲반도체특별법 등 국민 안전 및 민생 시스템 법안들에 대한 우선 처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비정쟁법안을 따로 빼내어 처리하는 민생 패스트트랙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한 달에 한 번 또는 두 달에 한 번씩 대표 회담을 정례화하자고도 했다.
한 대표는 정치 개혁 방안으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내려놓기 ▲면책특권 남용 제한 ▲재판 기간 중 세비 반납 ▲‘정쟁 현수막’ 자제 등을 나열했다. 이어 “‘법안 강행처리·거부권·재표결·폐기·재발의’라는 이런 도돌이표 정쟁정치가 개미지옥처럼 무한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한 뒤 “국회의 탄핵소추권 남용과 처분적 입법 남발이 헌법 질서를 위협하고 있는데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자”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 대표는 “이 대표께서 에너지 이슈를 주요 정치과제로 말씀하셨고, 저는 에너지정책에서 이념의 때를 벗기겠다고 했다”며 “이 대표와 제가 에너지와 관련한 정치·사회적 갈등을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다짐인 ‘에너지공동선언’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선이든 지선이든 총선이든 무수히 많은 공약을 한다. 이 중에 여야 공통 공약이 있는데 합의해서 처리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가 계속 제안했는데 지금까지 진척이 없다”며 “이번엔 아예 우리가 공통 공약 처리를 위한 협의 기구를 만들어서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공통 공약을 처리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한 대표가 제시한 지구당 부활에 대해 “한 대표도 공개적으로 약속한 지구당 부활만이라도 우선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정치가 죽고 죽이는 것만은 아닌데 최근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볼 수 있는 과도한 조치가 많은 것 같다”고 문재인 전 대통령 딸 다혜씨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을 겨냥했다. 또 “최근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며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완벽한 독재국가 아닌가”라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원 특권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상응하는 대통령의 소추권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민주당이 추진해 온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서는 인식 차가 드러났다. 한 대표는 “쓸 수 있는 혈세는 한정돼 있다”며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똑같은 복지가 아니라, 맞춰진 복지를 하겠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현금 지원이 아니라 특정 기간 내 쓰지 않으면 소멸하는 지역화폐 소비쿠폰으로 소비 지원, 골목상권 살리기 등을 통해 세수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며 “굳이 선별 지원하겠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으니 적정한 선에서 대화했으면 한다”고 응수했다.
하종훈·장진복·고혜지 기자
2024-09-02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