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우리의 사업 모두 가져갈 것”
바이든 행정부 반도체지원법 직격
‘최고 인기’ 엔비디아 주가 6.6% ↓
삼성·SK 수출 등에 악영향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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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입’이 국내외 반도체 업계의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지원법’을 직격한 이후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대만과 함께 ‘반도체 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81% 급락한 채 이날 거래를 마쳤다. 인공지능(AI) 열풍 속 전 세계 최고 인기 종목으로 떠오른 엔비디아는 6.62% 떨어졌고 AMD(-10.21%)와 브로드컴(-7.91%), 퀄컴(-8.61%)과 마이크론(-6.27%) 등이 일제히 하락곡선을 그렸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만의 TSMC를 겨냥해 “대만이 우리의 반도체 사업을 모두 가져갔다”며 “대만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지만 그들이 모두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지원법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해외 반도체 기업에 대한 무역장벽의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해당 발언의 여파로 TSMC는 2분기 호실적 발표를 눈앞에 두고도 주가가 7.98% 폭락했다. 18일 발표된 TSMC의 2분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 늘어난 2478억 대만달러(약 10조 5000억원)로 시장의 기대치를 훌쩍 넘어섰다. 압도적인 실적에 대한 기대감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마디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마디’는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시가총액 1, 2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 17일 각각 1.14%와 5.36%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26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SK하이닉스는 이날 거래에서도 3% 이상 주저앉으면서 시장에 드리워진 ‘반도체 공포’를 대변했다. 이틀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시가총액만 25조원이 증발했고 업계 시가총액 3위 한미반도체 역시 이틀 동안 5%와 3%대 낙폭을 기록했다.
문제는 한국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하고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20%를 웃돈다.
이 때문에 공공과 민간의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 반도체 외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고 당장은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민간, 공식 채널과 비공식 채널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통상마찰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재성 기자
2024-07-19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