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축제 적법성 놓고 각각 다른 해석으로 충돌
대구시, 무대 설치 막아… 경찰, 무대 차량 진입 허용
홍준표 “불법 도로 점거 시위… 버스통행권 제한”
경찰 “도로점용 허가 없어도 정당한 사유로 인정돼”
17일 대구 동성로 일대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의 적법성 여부를 놓고 대구시와 경찰이 완전히 반대 의견으로 대립하면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대구시는 이날 축제가 불법 도로 점거 시위라며 시청 소속 공무원이 나서 이날 오전 대구 중구 반월당네거리에서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진입하는 무대 설치 차량을 막아섰지만, 경찰은 “적법한 집회”라며 안전사고를 우려해 차량의 진입을 위한 길을 터줬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공무원들이 행사 차량을 막아서자 경찰이 이들을 밀어내는 대치 상황이 10여분간 연출되기도 했다. 한 팀장급 공무원은 부상을 당했다며 길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행사장 입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불법 도로 점거 시위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공무원들을 밀치고 버스 통행권을 제한했다”며 “공무원 충돌까지 오게 한 대구경찰청장의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틀전 법원이 집회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과 관련 “법원은 집회시위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지,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공공도로를 점거하라고 하지 않았다”며 “불법적으로 도로를 점거하라는 판결은 대한민국 법원 어디에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위를 하려면, 행진을 하려면 시민의 통행권을 제한하지 않고 인도나 광장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우리가 오늘 (현장에) 나온 것은 불법 도로 점거 시위는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아침에 경찰이 불법 점거 시위를 보호하기 위해 공무원들을 밀치고 버스통행권을 제한했다. 그랬으면 (무대를 설치하는) 트럭도 못 들어가게 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시민 발은 묶어놓고 불법 점거하는 시위 트럭은 진입시킨 행위는 불법 도로 점거를 방조한 것”이라며 “대구경찰청장의 책임을 묻겠다. 과연 이게 정당한지 안 한 지 가려보자. 아마 전국 최초로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또 “경찰과 사전에 수 차례 협의했는데 (대구)경찰청장이 법을 이렇게 해석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문재인 시대의 경찰이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나 세상이 바뀌었다. 그런 불법 집회가 난무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덧붙였다.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시민 불편을 초래한 대구경찰청장은 교체됐으면 한다”며 “불법 도로 점거 시위를 옹호하기 위해 시위 트럭을 진입시키는 경찰은 어느나라 경찰이냐”고 반문했다.
홍 시장은 “더 이상 그런 대구경찰청장을 믿고 대구시 치안을 맡기기 어렵다”며 “완전한 지방자치 경찰 시대라면 내가 즉각 파면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경찰은 대구시의 행정대집행이 무리라는 입장이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앞서 대구시가 도로점용허가없이 설치되는 퀴어문화축제 무대 등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예고하자 적법성 여부를 논의했다.
논의 결과 경찰은 집회의 자유 범위 내에 있는 집회는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더라도 ‘형사법’과 ‘행정법’ 영역에서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집회를 강제로 해산시킬 만큼 공공의 안녕을 위협한다고 볼 수 없는 경우 행정대집행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이날 무대설치를 막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은 이날 오후 성명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경찰을 더 이상 모욕하지 말라”며 “검찰 출신으로 누구보다 법을 잘 아시는 분이 왜 이러시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신을 속이고, 남도 속일 자기기인(自欺欺人)”이라며 “판례를 볼 때 퀴어문화축제가 불법도로 점거, 정당한 행정대집행이란 것은 논리에 부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구 김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