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플러스=정은수 국제전문기자] 교황이 캐나다 앨버타주 머스쿼치스 기숙학교 부지를 방문했을 때 원주민 여성이 부른 노래는 국내외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캐나다 국가가인 ‘오 캐나다’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사자인 원주민 활동가 시피코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캐나다 순례 일정 중 첫날 머스쿼치스 마을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 방문 당시 머리 장식을 쓰자 단상 앞으로 나와 원주민 언어인 크리어로 ‘카 카나탁’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발언을 한 후 뒤돌아 나갔다.
당시 크리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비슷한 곡조 때문에 이를 ‘오 캐나다’로 오인했다. 때문에 AP통신과 뉴욕타임즈 등 미국 언론을 인용보도한 국내 언론 중 일부도 이를 ‘오 캐나다’로 보도했다.
그러나 시피코는 27일 캐나다 글로벌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노래는 오 캐나다가 아니었다”면서 “우리 전통 언어인 네 바람의 언어로 부른 우리 마을 또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였다”고 밝혔다. 그는 “찰스 왕자 방문 때도 이 노래를 불렀는데 그 때 처음 캐나다 국가로 오인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노래를 부른 후에 크리어로 이어간 발언은 ‘이 땅의 법’이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우리는 우리만의 불문법을 따르고 있고, 위대한 영혼의 딸들인 우리와 우리 부족민은 그 위대한 법 외의 어떤 법이나 조약의 구속도 받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세운 추장들의 다스림에 따른다”고 했었다.
발언 후 등을 돌리면서 ‘하이하이’라고 하며 몸을 털고 나온 행동도 설명했다. 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뜻이었다”면서 “몸을 턴 것은 모든 피해자들이 고통에서 해방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29일 이어진 CBC 후속 보도에서 해당 지역의 크리어 방언 사용자들이 전한 노래 가사는 “우리의 창조주시여 우리의 거룩한 탕 카나다를 지켜주소서, 우리의 땅 이 곳 카나다, 우리의 거룩한 땅”이라는 뜻이었다.
CBC 인터뷰에서 시피코는 “침묵의 힘을 믿고 침묵을 지키려 했는데 교황이 머리장식을 수여받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원주민들에게 전통 머리장식은 매우 명예로운 상징이라 교황이 이를 받는 것은 전통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행위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시피코는 평생을 원주민 활동가로 살면서 현재도 캐나다의 아동복지 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내 아이들을 되찾기 위해 2년간 투쟁했어야 했다”면서 “기숙학교가 아동복지 제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캐나다에서는 아동 복지 제도의 일환으로 학대나 방치를 당하는 아동을 부모에게서 분리해 위탁 가정에 맡기고 있다. 위탁 아동 중 다수가 원주민 아이들이어서 문화적인 차이를 존중하지 못해 일어나는 일이라는 주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