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윤 앵커(이하 이재윤)> YTN 라디오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 2부 시작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에서 일본 기시다 총리,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회동을 했죠. 하지만 애초에 예정됐던 정상회담 형식은 아니었습니다. 여기에다가 비속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강창일 전 주일대사 연결해서 한일 회담 성과 평가해 보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 강 대사님, 안녕하세요?
◆ 강창일 전 주일대사(이하 강창일)> 안녕하세요.
◇ 이재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와의 회담은 우리 측에서는 ‘약식 회담이다’라고 했지만, 일본에서는 ‘간담’이라고 표현을 했거든요. 30분간의 만남이었는데, 대사님은 이번 한일 정상의 약식 회담,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는지요.
◆ 강창일> 약식 회담이 어울리지 않고요. 우선은 되게 참담한 기분이에요. 저로서는 참담한 기분이고요. 저로서는 용어 쓴다고 그러면 ‘비공식 조우’라고 하고 싶어요.
◇ 이재윤> 비공식 조우다.
◆ 강창일> 미국까지 가 있는데 얼굴은 봐야 되잖아요. 그래서 ‘바쁘다’고 하니, 지나가다가 악수하고 잠깐 얘기했다. 이 정도만 의미 부여하면 좋죠. 그런데 이걸 너무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오히려 꼴이 이상하게 됐잖아요. 대통령실 대변인실에 좀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시간들이 바빠서 서로가 비공식 조율을 했다. 이렇게 했으면 좋았는데, 안 그러니까. 우리가 조공한 것처럼 되잖아요. 찾아가서 인사한 게 돼버렸다고요. 국민들이 자존심이 상하죠. 구걸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돼버렸고요
◇ 이재윤> 사실 한일 정상회담은 대통령실에서 발표를 하기는 했습니다마는, 가기 전부터 많은 문제를 야기하지 않았습니까. 대통령실에서 외교적으로 실수를 한 거라고 봐야 되겠죠?
◆ 강창일> 엄청난 실례를 했죠. 외교, 그런 정상의 만남은 사전에 조율을 해서 양국에서 동시에 발표하는 겁니다. 그런데 9월 15일에 안보실 차장이라는 사람이 발표를 해 버렸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이런 꼴이 되는데, 우리가 빌미를 제공한 게 됐어요. 원인 제공자가 돼 버렸어요. 그런데 그 다음에도 계속 우리가 끌려가는 분위기가 돼버렸고, 또 하나는 정상 간의 만남조차도 의미가 퇴색해 버렸어요. 만남 자체가 의미가 있거든요. 이웃나라 정상끼리 만나면 양국 국민들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의미가 완전히 퇴색해서 거꾸로 역작용이 생겨버렸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외교라인에 있는 사람들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어요. 윤석열 대통령을 좀 제발 잘 모셔주기를 원하고 있어요.
◇ 이재윤> 2년 9개월 만에 한일 정상 간의 만남이기 때문에 의미를 충분히 부여할 수 있었지만, 너무 서툴렀다는 얘기죠.
◆ 강창일> 네, 아주 서툴었어요.
◇ 이재윤> 어쨌든 ‘양국의 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했다는 것’은 그것도 외교적인 성과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 강창일> 전부터 양국 관계 개선은 늘 상투적으로 서로가 해왔던 얘기거든요. 지금 와서 갑자기 또 ‘관계 정상화’를 얘기해요. 그는 일본 천황께서도 늘 ‘관계 정상화’, ‘우호 증진’을 얘기해왔어요.
◇ 이재윤> 그런데 실제로 지금 강창일 대사께서도 1년 반 정도 주일대사로 계시지 않았습니까? 강 대사님도 재임 기간 중에 총리나 외상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할 정도로 한일 관계는 지금 상당히 어려운 상태 아니겠습니까?
◆ 강창일> 그렇지 않아요. 늘 만났어요. 비공개로 만난 걸 가지고 선전하고 다닐 필요는 없잖아요.
◇ 이재윤> 비공식적으로는 총리나 외상을 만나는 것은 다 진행이 됐다.
◆ 강창일> 네, 그렇죠.
◇ 이재윤> 지금 정부 여당에서는 한일 관계 악화 책임이 지난 문재인 정부에 있다고 비판하지 않습니까?
◆ 강창일> 첫 번째는 말이죠. 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모르고 있어요. 본래 2011년 아베 정권 때, 우리는 이명박 정권 때부터 사이가 틀어졌잖아요. 박근혜 대통령 정권 때 더 틀어졌고요. 그다음에 우리 문재인 정부 때 코로나가 왔어요. 그래서 코로나 1년 사이 교류가 완전히 끊겼는데, 그 다음에 문재인 정부에서 애를 썼죠. 관계 정상화, 올림픽 지원하겠다고 했고. 또 올림픽 때 가려고도 하다가 그게 불발로 끝났고. 사실관계를 제대로 알고서 얘기 했으면 좋았다. 두 번째는 말이죠. 전 정부의 대외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서 새 정부가 대외 정상화시키겠다. 그 논리가 말이 안 되는 얘기예요. 그러면 진정성도 없게 되고요. 비판을 위한 새로운 대일 정책이라고 하기도, 문재인 정부는 반일 정책을 썼는데. 그러면 윤석열 정부의 친일 정책, 매국 정책을 쓰겠다는 얘기가 돼 버리잖아요. 그건 앞뒤 말이 안 되는 얘기고요. 우리 정부에서 계속 노력을 해왔죠. 지금 단 하나,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께서 이번에 만났을 때도 우리 장관끼리 실무적인 대화를 계속해 나가는 것. 저는 큰 성과로 봅니다. 그런 부분, 그리고 일단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건 없다’고 하지만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거든요. 윤석열 정부에서 그것이 분위기는 아주 좋습니다. 분위기는 아주 좋은데, ‘이것을 어떻게 내용을 채워 나가야 되느냐’ 이게 과제죠. 그런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이 문제가 양쪽 국가에 전부 걸려 있는 문제가 돼서. 특히 역사 문제는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아주 치밀하게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 이재윤> 의혹만 앞세울 일은 아니다. 그런 말씀이 되겠네요.
◆ 강창일> 그렇죠. 내용이 있어야겠죠.
◇ 이재윤> 그런데 이번에 한일 정상회담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데는 기시다 총리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낮은 것도 한 원인이다. 이런 지적도 하던데요.
◆ 강창일> 그거는 우리 쪽에서 그런 식으로 아전인수 격으로 해서 가는 것이고요. 처음부터 일본 정부가 흔쾌히 하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기시다 총리는 또 그렇게 섣불리 얘기하는 분이 아니에요. 그런데 하야시 외상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데도, 일본이 내각책임제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기시다 총리가 소수파의 수장이죠. 그래서 총리가 됐죠. 합동 연행해서 그 일본 정부 내에서도 강경파도 있고, 온건파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되면 강경파 목소리가 크게 나온 거죠. 우리가 실수하는 바람에, 그래서 더 강하게 추진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보면 될 것 같아요.
◇ 이재윤> 지금 한일 관계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과거사 문제, 특히 강제 징용 문제에 있지 않습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 강제동원 피해자, 또 위안부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사죄, 보상, 배상. 이런 것에 대해서 지금 두 나라가 어떻게 해결을 해야 될지. 어떤 해결점 단초를 잡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 강창일> 네, 그전에도 계속 문제 나왔던 부분인데요. 양국 정부에 대한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외교라는 것이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거든요. 서로 역지사지 입장에서 양보할 것은 서로 양보하면서, 그러면서 서로 양국의 명분은 살려줘야 해요. 정부의 명분은 살려주면서 방법을 찾아나가니까 간단하지 않습니다. 간단하지 않은데, 방법이 없는 게 아니에요. 많은 방법이 있어요. 지금까지 언론에서 제시된 게 많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것들도 종합해 보면, 열심히 찾아서 공부해 보면 방안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걸 잘 보면서 대책을 마련해 나가자. 이렇게 얘기를 하고 싶군요. 많이 방법이 도출되어 있어요.
◇ 이재윤> 방법은 많이 있다.
◆ 강창일> 밀고 당기고 하는 그런 과정이 남아 있죠.
◇ 이재윤> ‘나라가 서로 양보하면서 명분도 살려야 한다’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지금 많이 얘기가 나오는 것은 민간기금을 통한 배·보상 얘기도 있던데요.
◆ 강창일> 정부가 우선 대리 변제하는 방안도 있고요. 민간 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와야지.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어요. 그건 또 큰일 납니다. 그러니까, 양국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이렇게 하고 싶은데, 정부에서 승인해 주시죠’ 이런 얘기가 있을 수 있죠. 양국 경제협력 관계가 좀 손상되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해서 여러가지 방안이 있다는 얘기죠. 단 하나, 여기에는 일본 정부의 의지, 일본 정부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어느 쪽도, 어떤 걸 하더라도. 여기에서 ‘일본 정부의 강한 의지’ 이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아직은 그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아서 답답하고. 그런 의미에서는 자주 만나면서 이해시키고 설득시켜 나가야 돼요
◇ 이재윤> 일본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 강창일> 한국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죠. ‘한일 관계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 않느냐’ 이런 얘기도 있을 수 있고요. 일본에서도 ‘한국하고 그렇게 관계를 이을 필요 있느냐’ 이런 얘기가 있을 수 있어요.
◇ 이재윤> 그렇게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얘기네요.
◆ 강창일> 일본 국민들의 반한 감정이 일부 있는데, 저는 일본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고 하면 과감하게 떨고 나가야 된다. 반대하는 사람은 10~20% 되거든요. 한국 관계 정상화로 반대하는 사람은 정치인이 과감하게 떨고 나가야 하는데, 주춤하고 있어요. 이게 조금 아쉽다. 그러나 한국하고 일본이 관계 정상화되면 일본에도 좋고, 한국에도 좋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국민을 위해서도, 일본 국가를 위해서도. 한국 국가를 위해서, 한국 국민에서도 좋은 것이기 때문에 치밀한 논리를 세워서 우리는 일본 국민과 일본 정부를 설득시켜야 해요. 말만 가지고 될 문제가 아니에요.
◇ 이재윤> 알겠습니다. 야당에서는 국정조사를 통해서 이번에 불거진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지금 한미, 한일 정상회담이 불발과 관련해서 진상규명, 또 필요하면 외교 라인 교체도 주장하고 있는데요. 대사님은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십니까?
◆ 강창일> 사실관계가 밝혀지는 게 좋고요. 거기서 책임 문제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교체를 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에 엄청난 실수를 한 거 아닙니까. 그리고 너무 성과주의에 급급해서, 아주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는 부분도 있거든요. 국민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요. 국격도 떨어뜨리고. 이런 식의 문제를 야기한 외교 라인들은 좀 문책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고요. 또 하나는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이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없지 않느냐. 그러니까 아주 내용 없는 말만 떠들고 있는 입장이에요. 내용이 없어요. 그래서 대통령 주변에 전문가들이 많이 모이고, 이분들의 얘기를 많이 경청하는 것이 좋지 않으냐.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 이재윤> 책임 있는 관계자에 대한 문책, 그리고 실력 있는 외교 라인으로 정비를 해야 한다. 그런 얘기가 되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강창일> 네, 수고하세요.
◇ 이재윤> 지금까지 강창일 전 주일대사였습니다.
YTN 김혜민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