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원구성, 21일 마지노선도 넘겨
민생법안 쌓이는데 ‘국회 공전 53일째’
與野, 정치적 이익·당내갈등만 표출
‘정치공학’ 말고 ‘민생경제’ 합의 필수
국회 공전 53일째다. 마감시한도 두 번이나 넘겼다. 계류된 법안은 1만6000건이 넘는다.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양당 원내대표가 원구성 협상에 나섰다는 기사도 읽지 않는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은 두 달째 세비를 꼬박꼬박 챙겼다. 50일 넘게 일을 하지 않고도 세전 기준 1285만원이 국회의원의 주머니 속으로 지급됐다. 국민들 눈에 이 같은 행태가 이해될 리 만무하다.
연일 위기라는 단어가 튀어나온다. 경제 위기다. 24년 만에 6%대를 넘긴 6월달 소비자물가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생활고는 극심해지고 있다. 실제 국민들의 곡소리는 높아지고 있고, 생활수준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문재인’을 16번 언급하면서 현 경제위기를 전 정권 책임으로 돌렸다. 하루 앞서 연설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현 경제위기가 예상됐음에도 윤석열 정부가 허송세월 했다고만 비판했다. 새롭게 열기로 한 후반기 국회에 앞서서도 여야는 ‘민생경제’보다 ‘정치공학’을 앞세운 셈이다.
‘정치’에 대한 국민 실망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경제’위기라는 말은 계속되는데 국회는 각자의 정치적인 주장만 하기에 급급했다. 양보 없는 정치적인 주장은 국민에게 필요한 현실적인 경제 법안들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처음에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다음에는 법제사법위원장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민생 경제를 집어삼킨 셈이다.
현재 국민들이 가장 바라고 있는 건 경제의 안정이다. 이를 위해선 임대차 3법 개정안, 유류세 감면 법안, 소득세 물가연동제 등 국회 문턱을 꼭 넘어야 할 법안이 있다. 그런데도 국회는 지난 17일과 21일 두 차례나 국민 앞에 약속했던 원구성 협상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열리지 않으니 법안이 통과될 리도 없다.
국민들도 이해할 부분은 이해한다. 여의도에서 ‘정치’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주장에 가로막혀 공전을 계속하는 여야의 정치적인 주장과 매일 언론을 장식하는 각 당의 주도권 경쟁으로 깊어지는 당 내홍은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의 모습도 아니다.
국회는 민생에는 여야가 없다고 말한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위기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국민의힘 책임을 어디에도 전가할 수 없다. 집권 여당의 책임은 무한대다”라는 문구가 포함된 결의문을 채택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충남 예산에서 워크숍을 마치고 “오직 국민, 오직 민생을 위해 하나가 되겠다”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국민의 한 명으로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그 결의는 유효한가. 민생에 여야가 없다던 그 말도 유효한가. 그렇다면 당장 눈앞의 정치적인 이득보다 울부짖는 국민경제를 먼저 챙기는 모습을 당장 내일이라도 보여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라고. 진정으로 그렇지 않다면 진짜 민생을 위해 내일이라도 국민에게 필요한 ‘책임 정치’를 보여주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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