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밖으로 나온 K컬처는 한국 넘어 세계인의 것”
영어권 독자 겨냥한 문화 개론서 많이 나와야
한류 전문가인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는 한국 문화가 멋지다는 인식이 생겼으며, 한류는 한국에서 출발했지만 이제 세계인의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은 교수는 2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한국 경제 수준이 올라가면서 ‘코리아'(Korea)의 ‘K’가 그 자체로 쿨하고 고급스럽다는 의미의 접두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전혀 상관없는 상점 이름에 ‘K’가 들어갈 정도”라며 “마치 아시아에서 상표 등에 영어 프랑스어를 많이 쓰던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한국의 담장을 넘어서 세계로 뻗어나간 한류, K컬처는 이제 한국이 아닌 세계 소비자의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인이 즐기는 ‘K컬처’는 한국 문화와 일치하는 것이 아니고 한국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형성된 문화, 한국 문화가 기반이 된 문화라고 했다. 즉, 사용자가 다시 만든 문화라는 것이다.
그는 “‘K컬처’의 주체는 한국 음악과 드라마를 고르고 번역해서 전파한 해외 소비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옥스퍼드 사전에서 한류 관련 단어를 넣으면서 한국 정부의 철자법을 따르지 않고 실제 해외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대로 적은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가령 ‘먹방’은 한국 표기법에 따르면 ‘MEOKBANG’이지만 옥스퍼드 사전엔 ‘MUKBANG’으로 올라 있다.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 영어 사용자들이 한류를 퍼뜨렸는데 이제는 영어와 소셜미디어를 타고 폭발적으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K팝은 글로벌 음원 차트에 자리를 잡기 위해 기존 K팝 팬들 너머의 음악 팬들까지 공략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가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통로로 활용하면서 단순한 대중문화 현상 이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음악을 넘어 웹툰과 문학으로까지 뻗어나가고 있다”며 “유럽, 미국 문화가 식상해졌을 무렵 새로운 것이 나타났으며, 100% 번역이 안되는 점이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점이 영국인들 사이에 한국 문화 붐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콧대 높은 영국인들이 오랜 봉쇄 기간에 집에 갇혀서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떠 먹여주는 한국 드라마와 K팝 뮤직비디오를 시청하면서 스며든 것이다.
마침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이 주목을 받으면서 국가 이미지도 개선됐다.
그는 “가정에서 언니, 오빠는 K팝, 부모는 K드라마를 보다 보니 초등학생들도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한국 문화 인기가 스쳐 지나가는 현상이 되지 않으려면 영어로 된 학술자료와 영어권 대중을 위한 한국문화 개론 도서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차원에서 한류의 언어를 분석한 ‘세계 영어에서 한류'(Korean Wave in World Englishes)를 출간하고 한류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제주 해녀 언어에 관한 책과 다큐멘터리도 준비 중이다.
그는 한류의 과제에 관해서는 “옥스퍼드대에 한국학 학부를 세우려면 교수가 3명이 필요한데 1명을 더 채우지 못한 세월이 1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옥스퍼드대 동양학 연구소와 하트퍼드 칼리지 소속으로 언어학과 번역학 등을 가르치며,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한국어 컨설턴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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