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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통화 가치는 해당국 경제의 견실성과 안전성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현재 미국 경제는 4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인플레이션에 주가 폭락까지 겹치면서 매우 불안정하다.
물가 상승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미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조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달러화 강세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관심거리다.
◇ 달러 대비 엔·유로 가치 10% 이상 폭락…”금리차 확대가 주요인”
7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36엔대까지 상승했다. 엔화 가치가 2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1년 전보다 18.5%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달러화 대비 가치가 떨어진 통화는 엔화만이 아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기준 유로화의 달러화 대비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 이상 내린 1.0281달러를 기록하면서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달러화와 유로화의 가치가 거의 1대1이 된 것이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1년 전보다 13.2% 하락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밖에 달러화 대비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1년 전보다 13.5%, 노르웨이 크로네는 13.7%, 호주달러는 9.5%, 캐나다달러는 4.6% 하락했다.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5일 기준 106.7까지 오르면서 2002년 12월 이후 약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도 심상치 않다.
지난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2분 만에 1,311원까지 올라 1,310원대를 뚫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7월 13일(장중 1,315원)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치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등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화 강세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과거에는 달러와 함께 엔과 스위스프랑 등도 안전자산으로 꼽혔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이들 국가 중앙은행과의 기준금리 차가 커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중립 이상의 금리인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유럽중앙은행은 7월부터 금리인상에 착수하고, 일본은행은 인플레 유발을 위해 현행 통화정책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며 “이런 통화정책 차이는 미국과 독일·일본의 2년물 국채 금리차를 확대해 달러화의 나 홀로 강세를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 “美 장기성장 전망 밝고 실업률 낮은 것도 강달러 지지”
통화정책 차이뿐 아니라 미국과 다른 주요 경제권 간 장기 성장 전망에서 차이가 나는 것도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도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물가가 치솟고 주식 시장이 폭락하면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지만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서면 주요국 중 미국 경제가 가장 빠른 속도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위기의 진원지가 미국이었으나 세계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서자 미국 경제가 가장 빠른 속도로 반등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화이자 등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 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가 미국이라는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실업률이 낮고 저축률이 높아 경기침체에도 버틸 힘이 있는 것도 달러화 강세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달 초 발표한 5월 실업률은 3.6%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며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WSJ은 “달러화 강세를 뒷받침하는 것은 미 연준이 다른 나라 중앙은행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점과 함께 미국 경제의 장기 성장 전망이 다른 나라보다 밝고 고용률과 저축률이 높아 경기침체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완충 장치가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요인 때문에 달러화 강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연말까지 달러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고 올해가 정점이라고 낙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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