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큰손으로 떠오른 20·30대의 매수세가 꺾이고 있다. ‘영끌’과 ‘빚투’로 매매시장을 주도했던 청년층이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자 내 집 마련 계획을 수정하는 모습이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917건으로 이 가운데 30대 이하 매수 비중은 3063건(38.7%)을 기록했다. 3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거래 비중은 2020년 상반기 34.6%→2020년 하반기 40.2%→2021년 상반기 41.4%→2021년 하반기 42.0%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주택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벼락 거지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낀 20·30대의 공황 구매가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2020년 하반기가 절정기였다. 당시 20·30대는 서울 아파트 4만5486가구(40.2%)와 경기 아파트도 13만5735가구(33.4%)를 사들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인플레이션 수준과 대출금리가 높아지고 집값 고점 인식이 심화하면서 매수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 30대 이하의 전국 아파트 매수 비중은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평균 29.0%를 기록했다. 2020년 상반기(27.1%) 이후 처음으로 반기 기준 30% 미만으로 내려왔다. 같은 기간 다세대·연립·단독주택 등을 포함한 전체 주택 매수 비중도 30.2%로 지난해 하반기(32.5%)보다 낮아졌다.
집값 하락 조짐도 고민이다. 지난 2년간 20·30대가 아파트를 가장 많이 매입한 지역인 서울 노원구(1만4283건)의 경우 올해 매매가격이 0.59%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전체 누적 하락률(-0.19%)을 상회한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구매 수요가 다시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까지 풀어 주기로 했지만, 주택매매 활성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장래소득인정액을 최대로 잡아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아래 늘어나는 대출금은 1억원 안팎이다.
경제환경과 고금리에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2.50%까지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차주 1인당 상환해야 하는 이자가 16만4000원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근로자 가구 평균 가처분소득 대비 서울 아파트 월 상환액 비율은 금리가 연 4%일 때 평균 45%였지만 금리가 연 7%까지 치솟으면 평균 62%로 급증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해 영끌족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지역·세대·소득수준 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빚을 끌어모아 매수에 나서기보다 공공임대나 공공분양주택 등을 거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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