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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당국이 지난달 원/달러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화를 시중에 풀면서(매도) 외환보유액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수준이라며 외환위기 우려 진화에 나섰지만, 외환보유액 감소 자체가 우리 경제의 대외건전성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안심할 때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 ‘환율 방어’에 외환보유액 한 달 새 200억달러 가까이 급감
한은이 6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천167억7천만달러로, 8월 말(4천364억3천만달러)보다 196억6천만달러나 줄었다.
금융위기 당시 2008년 10월(274억달러)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월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외환보유액은 3월 이후 4개월째 내리막을 달리다가 7월 반등했으나 8월과 9월 다시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외환보유액 감소 배경으로는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조치, 달러화 평가 절상에 따른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 감소 등이 꼽힌다.
외환 당국은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1,400원 선을 위협하자 강도 높은 달러 매도개입에 나선 바 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이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아직 충분한 수준이라며 외환위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오금화 한은 국제국장은 “저희(한국은행) 생각으로 현재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며 “세계 외환보유액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9위에서 8위로 올랐고, 외환 당국의 외환보유액 뿐 아니라 2014년부터 순대외금융자산 보유국으로서 국내총생산(GDP)의 37%에 이르는 대외자산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낮은 단기외채 비율도 고려해야 하고, 지난달 말 신용평가기관 피치도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같은 신용등급 국가들과 비교해 건실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오 국장은 “외환위기 당시(2008년 3월∼11월) 외환보유액이 월평균 70억∼80억달러씩 감소했는데, 최근(2021년 10월∼2022년 9월) 감소 폭은 월평균 47억7천만달러로 외환위기 당시보다 작다”며 “외환위기라는 표현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를 묘사하는데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 “외환보유액 감소, 안심할 때 아니다”…대외신인도 타격 우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 달 만에 197억달러가 감소한 것을 보면 충분하다고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 달 만에 197억달러는 다소 놀라운 수준이고, 외환보유액이 지난해 10월 대비 이미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한은이 충분하다고 말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 말 4천692억1천만달러에서 9월 말까지 524억4천만달러 정도 감소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 투자 비중이 크고 안보 등 불안 요인이 있어 유사시 한꺼번에 자금이 빠져나가고 환율이 뛸 가능성이 있다”며 “이때 이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도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 감소는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에 타격을 주는 요인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외환보유액이 줄어들면 대외신인도에 타격을 입게 된다”며 “특히 최근 무역적자 상태까지 겹쳐 대외신인도에 문제가 생기면 외국인 자금 유출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외환보유액 규모 자체가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외환보유액은 신용을 위한 안전판이나 담보가치의 역할을 하는데, 그것이 줄어든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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