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사·험지行에 인재풀 좁아져
與 홈피에 공개추천 코너 만들고
野도 류삼영 등 1~3호 모두 발굴
영입식도 조용히 전문성 부각만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인재영입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른바 인재영입 1호를 상징적으로 내세우거나 거창한 영입식을 여는 관행은 사라지는 분위기다. 과거 ‘외부 영입인재 잔혹사’를 지켜보며 위축되고, 인재라도 공천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 변화에 인재풀이 좁아지면서 시민이 직접 인재를 추천하는 소위 ‘국민추천제’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모두 국민추천제를 통해 인재풀을 최대한 넓히고 있다.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인재영입위)는 당 홈페이지에 ‘국민인재 공개추천’ 코너를 마련했다. 정당법상 당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본인 또는 타인이 추천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경제·과학기술·기후환경에너지 등 12개 분야에서 1000여명을 추천받아 검증 후 영입인재를 발표하고 있다. 실제 민주당 인재영입 1~3호 모두 국민추천제를 통해 발굴했다.
인재풀이 좁아진 이유로는 ‘영입인재 잔혹사’가 꼽힌다. 지난 총선에서 원종건(민주당)씨는 ‘데이트폭력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민주당 인재영입위의 한 위원은 “정말 좋은 인재이고 본인도 의지가 있는데 (정권에서) 보복당할까 봐 영입 제안을 거절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영입인재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민주당은 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 김성환 민주당 인재위원회 간사는 이날 최근 불거진 인재영입 2호인 이재성 전 엔씨소프트 전무의 성희롱 의혹에 대해 “풍문을 사실인 것처럼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경고했다.
또 과거와 달리 ‘인재영입이 곧 전략공천’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 것도 인재영입이 힘든 이유로 꼽힌다. 민주당이 명칭을 ‘인재영입위원회‘에서 ‘인재위원회’로 바꾼 일이 대표적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도 지난 8일 인재영입식에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험지 출마 결심 이후 “어려운 지역이라도 나와서 도전정신을 보여 주는 분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당 모두 인재영입을 했다고 자리를 보장하지는 않겠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이에 자연스레 영입식도 큰 이벤트로 진행하기보다 보도자료 등을 배포하며 조용히 인재영입식을 치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이 콘셉트라고 밝힌 1차 영입 때 이 인재영입위원장이 명단을 발표하는 브리핑 형식으로 진행했다. 민주당도 큰 행사보다는 전문성 부각을 위해 사회자와 영입인재의 직업을 일치시키는 변화를 줬다. 이날도 류삼영 전 총경을 인재영입 3호로 발표하면서 경찰청 차장 출신인 임호선 의원이 사회를 봤다. 이 자리에서 류 전 총경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싸우려고 왔다”고 밝혔다.
이범수·손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