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패’에 남은 시간 10년인데…더딘 탄소 감축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전 세계가 온실가스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 이젠 많이 접하셨죠. 이 문제를 다루는 유엔 산하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PCC가 최근 지구 온난화의 현재와 미래를 총망라한 평가보고서를 내놨습니다.
미래의 재앙을 막기 위해 남은 시간은 10년뿐이라고 경고했는데요.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음은 이제 커질 만큼 커졌는데, 대응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종 경고 보고서의 내용과 일상으로 다가온 기상이변, 우리의 월급통장을 위협하는 기후무역장벽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윤솔 기자입니다.
[다가오는 ‘기후 폭탄’…”남은 시간은 10년뿐” / 윤솔 기자]
[기자] 녹아내리는 빙하부터 이상고온, 예상을 넘는 폭우까지..번져만 가는 기후 위기를 막을 시한은 얼마나 될까.
지구의 기후 운명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PCC의 답은 ’10년’입니다.
최근 만장일치로 채택된 6차 평가 보고서는 더 이상 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단기 기후 행동의 시급성을 강조했습니다.
<이회성 / IPCC의장 (지난 27일)> “이번 6차 보고서에서는…최근 이상 기온의 상당 부분은 인간에 의한 기후 변화란 요소를 빼고서는 설명될 수 없다라는 거까지 진전이 됐습니다. 큰 진전이 됐다고 볼 수가 있겠죠.”
보고서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탓에 1850년에서 1900년 대비 지구 지표 온도가 1.1℃ 상승했다고 말합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년 뒤에는 1.5℃가 오른다는 게 보고서의 전망입니다.
이전 예측보다 10년 빨라진 겁니다.
<정태용 /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지난 6~7년 간 과학자들이 모여서 온실가스 배출이나 농도나 이런 걸 해봤더니 생각보다 빨리 올라간다는 거잖아요. 에너지 사용이 아직도 화석 연료 베이스다 이런 얘기니까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그런 절박함, 그런 걸 의미하고 있죠.”
지표 온도가 1.5℃ 오른다는 건 극단적 폭염이 과거보다 8.6배 많아지고 집중호우와 가뭄 등 큰 피해를 낳는 기상이변도 잦아진다는 뜻입니다.
보고서는 또 국제적인 노력으로 이뤄진 기후 변화 협약과 교토의정서, 파리 협정은 기후 위험을 줄이는 데에 효과적이지만 위반국을 제재할 수 없는 점에서 한계가 있는 점도 지적합니다.
<홍종호 /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법을 위반하면 제재를 가하는 것처럼 국제사회에서는 그런 것들이 통하는 게 아니잖아요. 부담이 크다보면 회피하고 싶은 생각도 들거든요.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죠. 다음 세대의 일자리와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유엔은 IPCC 보고서 발표와 관련해 탄소 배출이 없는 넷 제로 달성시점을 선진국은 2040년, 개발도상국은 2050년으로 앞당길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앞으로 10년이 골든타임이라고 지적합니다.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향후 수 천년에 걸친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거라는 경고입니다.
연합뉴스TV 윤솔입니다.”
[이광빈 기자]
올해 봄꽃들이 역대급으로 일찍 피면서 상춘객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만
그 이면엔 온난화라는 그늘이 있는데요. 이상 고온으로 봄꽃들이 일찍 피면서 적응 못한 꿀벌들이 폐사하고, 생태계가 점차 무너지는 겁니다. 이른 봄꽃은 기후 변화에 대한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김동혁 기자 입니다.
[이대로 두면 진달래 2월에 핀다… 이른 봄꽃의 경고 / 김동혁 기자]
기찻길을 따라 연분홍빛의 벚꽃 터널이 장관을 이룹니다.
평소보다 일주일이나 빨리 꽃망울을 터트리면서, 상춘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부산에서는 관측 102년 만에 역대 가장 일찍 벚꽃이 폈습니다.
때 아닌 봄 더위 탓입니다.
<박소영 / 부산지방기상청 관측과 사무관> “올해 3월 1일부터 18일까지 부산의 평균 기온은 11.2도로 평년보다 3도가 높았고요. 일조시간은 133.7시간으로 평년보다 18.3시간 길었습니다. 높은 기온과 긴 일조시간으로 빨리 개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과 대구에서도 관측 사상 두 번째로 빠르게 봄꽃을 맞이했는데,,봄꽃 개화 시기는 매년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 4월 개화가 일반적이던 진달래는 2000년대 들어선 3월에 더 많이 피고 있습니다.
이대로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한다면,
대구에선 지금보다 한 달 가량 봄꽃들이 더 빨리 피고, 서울과 강릉, 부산 등도 20일 이상 앞당겨집니다.
21세기 후반기엔 진달래가 겨울인 2월 말에, 개나리는 3월 2일, 벚꽃도 3월 초순이면 필 것이란 예측이 나옵니다.
진달래와 벚꽃을 봄꽃이라 부르지 못하는 상황이 오는 겁니다.
<최다솜 /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 주무관> “우리나라 과거 109년의 기온 변화를 분석해본 결과 다른 계절에 비해 봄 계절의 기온 상승률이 가장 빠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봄꽃 개화 시기의 변동은 지역 축제에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때이른 개화 현상은 이미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는데, 꿀벌의 감소가 대표적입니다.
<윤화현 / 한국양봉협회 회장> “사람이나 말이나 소 등 가축들은 그래도 적응을 하는데, 식물이나 곤충들은 굉장히 민감한가봐요. 적응을 못하고 허약해지는 거죠”
식량 공급과 먹이사슬에 필수인 꿀벌의 소멸은 사람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습니다.
<윤화현 / 한국양봉협회 회장> “세계 100대 주요 농작물 중에 70% 이상을 꿀벌이 수분 매개를 한다 이렇게 발표 하고 있거든요. 생태계 유지에 대단히 중요하고. 아인슈타인 박사는 꿀벌이 사라지면 우리 인류도 4년 이내에 멸망할 것이다 이렇게 발표를 하고 그러거든요”
봄꽃의 비상식적인 이른 개화와 꿀벌 소멸이란 경고장을 보낸 지구.
기후 시한 폭탄은 지금도 폭발시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 UN 사무총장> “인류는 얇은 얼음 위에 서 있고, 그 얼음은 빠르게 녹고 있습니다. 기후 시한폭탄이 똑딱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당장 초고속으로 기후행동에 나서야만 합니다.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연합뉴스TV 김동혁 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선결 과제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입니다.
많은 국가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의지를 나타내왔습니다. 그러나 구호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온실가스 감축은 어렵다는 변명을 늘어놓기 일쑤입니다. 개인들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지갑을 여는 데는 손사래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기후변화로 인한 비싼 청구서를 받아본 사람들이 아직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청구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날아오고 있습니다. 홍수와 가뭄, 산불의 형태로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다니고 있고, 국가의 곳간을 채워주는 기업에 날아들고 있습니다. 기업이 그 대가를 많이 치를수록 우리의 지갑이 얇아지겠죠.
우리나라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이 기업도 탄소배출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정부가 부여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데요. 탄소배출권을 매입하거나 외부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정받는 등의 방식으로 초과 부분을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삼성전자가 우리나라에 반도체 공장을 더 짓기 위해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인데요.
일단 삼성전자는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RE100을 선언했는데요. RE100은 사회공헌적 차원이 아닙니다. 기업 생존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일찌감치 RE100을 달성한 애플은 협력 업체들에까지 RE100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등 부품이 애플 제품에 들어가려면 RE100을 준수해야 합니다. RE100을 선언하는 기업이 급속히 늘어갈 수밖에 없는 글로벌 환경인 셈이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재생에너지를 구하기가 간단치 않습니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세계 꼴찌 수준입니다. 이는 기후 무역장벽이 점점 높아지는 현상 중 하나의 작은 단면입니다. 유럽연합은 아예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올해 10월부터 시범 시행하겠다고 했습니다. 역내에서 생산한 제품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해 생산한 제품에 대해서는 수입시 많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개발도상국 때부터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 경제를 바탕으로 성장해왔고, 여전히 그 비중이 큰 우리나라로서는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재생에너지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의 밥줄이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글로벌 환경입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기 위한 세부방안을 최근 발표했는데요. 탄소 감축 로드맵 핵심은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줄이고 5년간 재정 90조원을 들여 탄소 감축 사업과 기술 개발을 하는 겁니다.
하지만 계획대로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크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김장현 기자입니다.
[산업계 부담 줄이고 재정 90조 투입…관건은 기술 / 김장현 기자]
[기자]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하면 2100년 한반도 주변 해수면이 82cm 높아져 부산 해운대 등 일부 남해안과 서해안, 제주도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길 수 있습니다.
이런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어떻게든 탄소 배출을 줄여야하는데, 문제는 부담을 어떻게 나누느냐입니다.
이전 계획이나 새 계획 모두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인다는 것은 같습니다.
그런데 원래는 14.5%인 산업부문 감축 부담이 11.4%로 줄어드는 반면, 에너지 부문은 44.4%에서 45.9%로 늘었습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탄소포집 저장 같은 배출 저감 기술을 미국의 90%선까지 끌어올리고, 전기,수소차 확대하는 사업 등에 5년간 89조9,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게 정부 계획입니다.
중화학 공업 비중이 큰 한국의 산업 구조상 산업부문 탄소 감축에 한계가 있다는 산업계 주장을 받아들인 건데, 관건은 탄소 저감 핵심 기술을 얼마나 상용화할 수 있느냐입니다.
<유승훈 /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자체 기술 개발 뿐 아니라 기술력 있는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해 기술력을 키우는 중입니다. 2025년이 되면 수소의 천연가스 발전소 혼소가 비율은 작지만 가능해질 것이고, 2030년이 되면 50%까지 수소에 혼소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기술을 개발해도 상용화까지는 경제성이란 문제가 여전히 남습니다.
탄소저감 기술을 활용해 만든 전기가 기존 원자력이나 석탄, LNG 발전에서 나온 전기보다 많이 비싸면 확산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우선 기존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과 저탄소 전원 LNG 발전을 활용하면서 태양광과 풍력, 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도 확충하는 방안이 불가피합니다.
<이태의 / 에너지경제연구원 집단에너지연구팀장> “전력 안보는 하나의 발전원에 매달려서는 확보할 수가 없습니다. 장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각각의 에너지원이 있는데 다양한 발전원들을 안정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가져가야만 우리나라 내부적으로 전력 안보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산업계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11.4%로 줄어든 감축 목표도 쉽지 않다고 하는 점 역시 넘어야 할 산입니다.
결국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탄소저감 기술의 비용 효율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실제 목표 달성의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연합뉴스TV 김장현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IPCC가 세워진 1988년 1차 보고서부터 최근 6차 보고서까지 정리해봤습니다. 1차 보고서에선 기후변화가 인간의 영향인지 확신할 수 없다던 입장이었는데요.
이후 점점 인간의 영향이 강조되더니, 6차 보고서에는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를 빼고선 기상이변을 설명할 수 없다’고 확인했습니다. 특히 “향후 10년 동안 시행된 선택과 행동은 수천년 동안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렇게 경고했는데요.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1억 6천500만 가구가 넷플릭스에서 기후 변화 및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콘텐츠를 최소 한 편 이상 시청했습니다. 넷플릭스 전체 회원의 70%가 시청한 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노력은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향후 10년이 골든타임입니다.
미래 기후재앙에 시달리는 지구에서 쓰러져있는 복서를 이미지를 생성 인공지능 서비스 달리2로 그려봤습니다. 기온이 올라가는 지구를 링에서 편치를 맞는 복서와 비견해보면, 복서는 보통 초반엔 강펀치를 견디더라도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쓰러지게 되면 다시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충격 누적으로 복원력이 바닥났기 때문입니다.
지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임계점에 이른다면, 그때는 아무리 많은 비용을 지불해도 지구를 되돌릴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 미래 세대에 고통을 떠넘길 수도 없이, 우리 세대가 기후 재앙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기후변화청구서 #탄소배출 #기후재앙
PD 김선호
AD 김다운 허지수
송고 이광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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