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도 26곳 시총 100%↑
코스피·코스닥 상장 2464곳 분석
불안감에 온라인 작전주 찾기 붐
국내 상장주식 가운데 최근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 연루된 소위 ‘천국의 계단주’와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천국의 계단주는 지난해 전반적인 증시 하락 속에서도 별다른 호재 없이 계단식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주가가 급등해 그야말로 “천국으로 향한다”는 뜻에서 붙은 별명이다.
25일 서울신문이 2020년 초(1월 2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약 3년 6개월 동안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총 2464곳 가운데 시가총액(시총) 상승률이 100% 이상인 451곳의 실적과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 악화에도 시가총액이 100% 넘게 오른 종목이 26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이들 26개사는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평균이 각각 20.0%와 31.8% 오르는 동안 실적이 뒷걸음질쳤음에도 주가가 평균 대비 최소 3배 이상 급등했다. 모두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하락했거나 심지어 적자를 낼 정도로 실적이 크게 악화되는 와중에서도 주가가 튀어오른 것이다. 시총이 무려 3223.4% 오른 곳도 있었다.
예컨대 제조업체인 Y사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지만 주가는 상승하면서 시총이 3년 새 1394.6% 폭등했다. 다른 제조업체인 T사는 2020년부터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음에도 시총이 3년 새 683.4% 올랐다. 이 업체는 최근의 주가 급등과 관련한 한국거래소의 조회 공시 요구에 대해 “별도로 공시할 중요 정보는 없다”고 답했다. 또 다른 제조업체 X사 역시 올해 1분기 적자 전환됐으나 3년 6개월 동안 시총은 무려 288.6% 급등했다.
이는 지난 4월 24일 무더기 하한가 폭탄을 맞은 8개 종목(삼천리·서울가스·세방·대성홀딩스·선광·다우데이타·하림지주·다올투자증권)과 지난 14일 하한가를 기록한 5개 종목(동일산업·동일금속·만호제강·대한방직·방림)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증시 침체 속에서 영업이익이 적자를 낼 정도로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던 이들 13개 종목의 주가는 폭락 직전까지 3년간 93.7~1478.9% 뛰었다.
또 이들 26개사는 대부분 최근 들어 주가가 급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중 20곳은 최근 3개월래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앞서 주가조작 의혹으로 무더기 하한가를 맞은 종목들도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에 걸쳐 주가가 계단식 우상향 그래프를 그린 공통점이 있다.
특히 이들 26개 종목은 앞서 발생한 무더기 하한가 종목과 마찬가지로 시총이 5000억원 안팎으로 크지 않았고, 발행 주식 중 실제 거래되는 주식 비중인 유동비율이 60% 미만인 곳이 10곳이나 됐다. 유동비율이 32.39%까지 낮은 종목도 있었다.
물론 이러한 공통점만으로 작전주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지는 모양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금도 ‘천국의 계단주’ 찾기가 한창이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작전 세력이 활개를 치는 이유는 적은 지분만으로도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주식들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당국이 주가 흐름만으로 작전주를 잡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으나, 이 역시 어디까지나 당국의 책임이므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성은·유규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