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양분하던 스포츠 의류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뉴발란스가 올해 매출에서 아디다스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절대 양강’ 구도가 무너지는 분위기다. 특히 뉴발란스는 꾸준한 고급화 전략을 통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백화점 매출에서 아디다스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뉴발란스가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에서 거둔 매출은 1052억원이다. 같은 기간 아디다스 매출은 808억원에 그치면서 뉴발란스가 아디다스를 멀찌감치 따돌린 분위기다. 백화점 매출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패션업계는 한 해 전반적인 분위기를 판단하는 리트머스지로 활용한다. 유통업계는 백화점뿐만 아니라 아웃렛, 온라인, 가두판매점 매출까지 더하면 뉴발란스가 올해 매출에서 아디다스를 근소하게 앞설 것으로 관측한다.
업계에 따르면 아디다스 연 매출은 7000억~8000억원대다. 경쟁사 나이키의 지난해 연 매출이 1조6749억원에 달한 데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아디다스코리아는 2017년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한 뒤 실적을 공시하지 않고 있지만 매해 매출이 줄어들면서 3위 뉴발란스와 격차가 급격히 줄고 있는 추세였다. 패션업계는 올해를 기점으로 아디다스의 한국 시장 매출이 뉴발란스보다 적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뉴발란스는 지난해 연 매출이 6000억원이었는데 올해 7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디다스 매출은 매해 600억~700억원가량 줄어들고 있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아디다스는 아웃렛 매출 비중이 높아 전체 매출 순위가 어떻게 될지는 연말 분위기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발란스가 이처럼 급성장한 배경에는 여성과 아동 스포츠 시장 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뉴발란스는 의류회사인 이랜드월드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국내에 공급하고 있는데 김연아를 모델로 발탁하는 등 국내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뉴발란스는 이를 통해 여성과 아동 시장을 겨냥해 판매할 수 있었다. 뉴발란스 성장에 힘입어 2025년까지 독점 판매 계약을 연장한 것도 이랜드가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다른 스포츠 브랜드와 달리 뉴발란스는 할인 판매가 거의 없다”면서 “이랜드가 다양한 패션 상품을 선보이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규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