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물·흥행 부진에 강남 등 추진
‘고령 공천 막자’ 나이 제한도 거론
현역·예비후보 탈당 시사 등 반발
“뒤늦게 흥행몰이식 공천 역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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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공천 발표를 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2.28
안주영 전문기자
4·10 총선을 앞두고 ‘잡음 없는 공천’에도 저강도 쇄신 비판과 흥행 부진에 직면한 국민의힘이 뒤늦게 ‘국민추천제’ 카드를 만지고 있다. ‘현역 불패’ 공천으로 세대교체가 요원해지자 텃밭인 강남과 영남권에서 오디션을 통해 새 인물을 투입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구에서 자동 탈락할 현역 의원과 예비후보들의 반발이 감지된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28일 국민추천제 도입 여부와 운영 방식, 지역구 선정 등을 논의했다. 국민추천제는 애초 공관위가 설계한 ‘시스템 공천’에는 없던 제도다. 지난 26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격전지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많이 사랑해 준 곳이라면 국민이 정말 원하는 분들을 국민의 시각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떠냐는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그간 ‘시스템에 의한 공천’을 강조했지만, 시스템 공천이 현역 프리미엄을 깨지 못한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국민추천제를 거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텃밭인 대구·경북(TK) 가운데서도 이미 공천이 확정된 곳과 심사가 보류된 지역 간에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TK 지역의 한 의원은 “심사가 빨랐던 경남 지역 의원들은 대부분 단수 추천을 받았는데 뒤늦게 이런 ‘뒷북 룰’을 가져오는 것은 역차별이 아니냐”고 말했다.
현역 의원들의 선전으로 ‘고령 공천’ 비판이 나오자 국민추천제 입후보 기준에 ‘나이 제한’을 두는 방안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타깝게 떨어진 청년 정치인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1대 총선에서 청년에게 기회를 준다는 설명과 달리 ‘청년 정치인의 무덤’이 됐던 ‘퓨처메이커‘(청년벨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시 11곳을 청년벨트로 지정해 연고 없는 청년들을 무작위로 배치한 결과, 해당 지역구의 기존 후보들이 모두 공천에서 배제됐고 대신 총선에 나선 청년들도 모두 낙선했다.
이에 울산 6개 선거구 중 유일하게 공천 심사가 보류된 남구갑의 이채익(3선) 의원은 “컷오프 대상이 아닌데도 컷오프 대상이라고 보도되고, 남구갑에서 국민추천제가 검토된다는 기사도 보도됐다”며 “선출 절차가 사전 공지된 대로 진행되지 않고 흥행몰이식으로 가는 데는 결단코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상황에 따라 중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손지은 기자
2024-02-29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