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8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이 부산 명지시장 공터에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부산 명지시장은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험지인 부산 북구·강서구을에 출마한 노무현 당시 후보가 ‘청중 없는 연설’을 해 화제가 됐던 곳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은 총 15차례 지역순회 경선을 한 뒤 8월28일 차기 지도부를 선출한다. 8월6일 시작된 지역 순회 경선에선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초반부터 몰표를 받으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세가 짙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역별 권리당원 득표율을 공개한다. 박용진 의원은 8월6~7일 강원·대구·경북·제주·인천 권리당원 투표에서 20.88%를 얻었다. 상대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이재명 의원 74.15%, 강훈식 의원 4.98%다(8월9일 현재 기준). 8월4일 〈시사IN〉 편집국에서 ‘도전자 노무현’의 마음으로 당대표에 도전했다는 박용진 의원을 만났다.
민주당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당내보다 당 밖에서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
국민의힘 지지층·중도층에선 박용진이 이재명 후보를 이기는 결과를 봤다(박용진 의원은 인터뷰 도중 자주 본인을 3인칭으로 칭했다). 박용진의 장점은 확장성이다. 어떤 사람들은 박용진이 내부 지지층에게는 표를 많이 받지 못하고 바깥에서 받는 거 아니냐고 한다. 거꾸로 봐야 한다. 박용진이 당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에 가장 두려운 상대일 수 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중도층을 빼앗아오는, 민심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당대표로서 총선 승리에 기여할 수 있다.
왜 민주당 지지층에게 표를 받지 못할까. 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온 게 박용진 의원의 정치적 자산이지만, 동시에 당내의 민심을 사는 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신 정치를 했지, 책임정치를 하지는 못했다. 유치원 3법, 재벌개혁, 현대자동차 리콜 등 굵직굵직한 문제를 해결하는 성과에 집중했다. 하지만 당에서 전략을 담당하거나, 의사결정을 하는 등 책임을 맡아 어떤 역할을 하는 자리에 있진 않았다. 내 자리는 다른 시선과 다른 언어로 ‘저기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는 역할이었다. 당 안에서 많은 분들이 속으로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데 겉으로는 의견을 표출하지 못했다면, 제가 그 역할을 했다. 이제 소신 정치를 넘어서서 책임정치를 하겠다고, 당대표에 나가겠다고 얘기하는 거다.
강훈식 후보는 7월3일 출마 선언 당일 국회의원들이나 지역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당을 비판하지 않았던 건, 여당일 때나 선거 기간엔 팀플레이가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내 이견이 밖으로 드러나면 문제라는 건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이다. 내부 총질이라는 말이 그렇다. 민주정당은 다양성이 생명이다. 다른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지 못하면 당이 어떻게 건강해질 수가 있나.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한마디 정도 하는데도 엄청난 갈등과 고통에 시달렸다. 자기 정치 한다고들 얘기하는데 어느 바보가 댓글 수천 개씩 받고, 당에서 공천해주지 않을 거라는 협박이나 듣고 싶겠나. 이른바 소신 발언이 실린 뉴스 댓글에 새카맣게 욕설이 달리고, 그걸 내 아들들이 보는데. 박용진이 민주당을 사랑하니까 그렇게 한 거고, 그 고통과 어려움을 감내하고 왔다.
최근에는 언제 가장 어려움을 겪었나.
매번 두렵다. 최근에는 한덕수 총리 인사청문회 인준안을 가결하자고, 지방선거에 출마해 살얼음판 걷고 있는 동지들에게 부담 주는 결정(부결)을 하지 말자고 이야기할 때 제일 떨렸다. 의원총회를 열었는데 앞서 3명 정도가 (총리 인준안을 부결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발언했고 그다음이 내 순서였다. 그래서 ‘왜 매번 이런 발언은 내 몫이냐, 내가 여기 있는 누구보다도 과격한 사람이고 선명한 노선 좋아하는 사람이다. 근데 내가 왜 이러겠나. 우리 후보들 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 나중에 이분들 다 떨어지고 나면 누구랑 같이 총선 치를 거냐’라고 이야기했다(민주당은 5월20일 의원총회 결과 한덕수 총리 임명동의안을 가결하기로 당론을 결정했다).
박용진 후보가 만들려는 새로운 민주당은 어떤 모습인가.
선진국 대한민국에 초대받지 못한 국민들과 함께하는 ‘사회연대 정당’이 되어야 한다. 사회연대 정당으로서 포용정당·포용정치·포용사회로 가기 위한 길을 제시하겠다. 7월28일 당대표 예비경선 7분 정견 발표에서 지금 민주당이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노동자들과 함께 이 시대의 과제에 뜨겁게 반응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출산휴가 신청서, 육아휴직 신청서를 앞에 두고 망설여야 하는 젊은 엄마·아빠의 정당,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지방 청년들의 든든한 친구, 자녀들에게 더 좋은 교육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해 죄짓는 심정으로 사는 부모들을 안아주는 정당이 되겠다.
승리 전략이 있다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용진의 개인적 매력을 뿜어내는 방식으로는 어렵다. 주장을 선명하게, 노선을 분명하게 해서 이재명 의원과 양보 없는 일전을 치러야 당원들도 관심을 가진다.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는 분들이 문자를 아주 심하게 많이 보낸다. ‘암시롱 안 한데(아무렇지도 않다는 뜻의 호남 사투리)’ 오해는 말아달라. 이재명 의원과 사감 섞인 논쟁을 하는 게 아니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도 이재명 의원과 기본소득 논쟁, 기본주택 논쟁을 세게 했다. 원래 이재명 의원이 ‘기본 시리즈’로 가려고 했는데, 본선에서 사라졌다. 현금을 살포하는 방식의 기본소득 설계가 틀렸다는 걸 (내가) 입증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의미 있는 논쟁을 했지, (이재명 의원의) 사생활 문제나 사법 리스크로는 논쟁을 안 했다. 박용진의 정치는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강훈식 후보와의 단일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단일화가 되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했는데.
단일화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고 기다리는 중이다. 국민과 당원이 바라는 변화, 혁신의 기폭제로서 최대한 역할을 하려면 단일화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래야 당원들이 선택권을 제한받지 않는다. 박용진 ‘선수’에게 불리하더라도 민심과 당심을 담는 방식이라면 어떤 방식이든 수용하겠다고 언론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강훈식 의원을 만나서도 말했다.
왜 박용진 의원으로 단일화가 되어야 하나.
나로 단일화되어야 한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 나 중심으로 단일화돼야 한다는 생각, 각자에게 유리한 방식을 두고 갈등하다 단일화에 실패한다. 그러나 우리 둘의 이해를 앞세우기에는 민주당이 승리하는 정당이 되고, 다음 총선에서 이길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많은 국민들이 있다. 또 다른 패배의 길인 ‘어대명’의 길로 가지 않고 다른 선택지가 열릴 수 있기를 다들 바라고 있다. 그 간절함에 호응하는 것이 우선이지 우리들의 이해가 앞서면 안 된다.
단일화가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승리할 수 있나.
단일화는 일대일 구도를 만들기 위한 방식이다. 단일화가 없더라도 박용진과 이재명 의원의 일대일 구도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당의 비전을 두고 이재명 의원의 생각을 확인하고 제 생각을 드러내야 한다. 8월3일 민주당 당대표 방송 토론회에서 이재명 의원에게 ‘사당화 논란과 (계양을) 셀프 공천이 맞닿아 있는데, 지방선거 전체에서 패배한 것에 대해 출마자들과 당원들에게 사과할 의사가 없느냐’라고 물었다. 그러니까 (이재명 의원이) ‘여의도 사람들은 출마를 반대했지만, 당원들은 찬성했다’고 답하더라. ‘(내가) 틀렸다. 잘못했다. 그래서 다르게 접근하겠다’가 아니라, 나를 불러낸 사람들이 있다는 식이다. 당 고문들의 우려, 당 동료들의 반대, 당원들의 걱정스러운 얘기도 다 됐고, ‘개딸’ 혹은 강성 지지층이 요구하면 그걸 하겠다는 얘기다. 그게 사당화 아닌가?
민주당을 이끌 리더로서 박용진의 장점은.
저도 그렇고 민주당도 매력덩어리 정당, 매력덩어리 정치인, 깨물어주고 싶은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 ‘하는 일마다 마음에 안 들고 어떻게 저렇게 딴소리를 할 수 있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약속 정당’을 제일 먼저 내세웠다. 약속하면 어려움이 있고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지켜야지, 상황 논리에 따라서 소탐대실하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 그런 당을 만들기 위해 나야말로 가장 탕평 인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가장 열려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계파를 불문한 통합, 지역적인 통합, 강력한 동진정책 등을 박용진이 만들어가려고 한다.
계파에서 자유로운 걸 자부심으로 여기는 것 같다.
자부심이기도 하지만 박용진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계파와 팬덤은 우리 정치에서 불가분한 관계다. 그런데 계파 독점 때문에 (당이) 비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악성 팬덤에 의해서 나약한 정치로 끌려가지 않도록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 자기 소신과 철학이 분명한 박용진 아니냐. 그럼에도 박용진이 당내 정치적 기반을 만들어내는 것, 같이 일할 정치인들을 찾고 만들어내는 건 필요한 일이다(좀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옆의 큐알코드, 〈시사IN〉 유튜브 ‘정치 왜그래?(https://youtube.com/sisaineditor)’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