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4기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김서중) 4차 회의가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원재 청년 독자, 이은용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장, 조아라 언론인권센터 활동가, 홍성일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사무국장이 참석했다. 미디어오늘에선 이재진 편집국장, 정철운 저널리즘팀장, 윤수현 기자가 참석했다. (이하 직함 생략)
이재진=향후 이태원 참사 보도 비평 방향에 대한 고민 차원에서 ‘장례식 앞 몰려가 “신원 확인했나” 질문…우리 언론 멀었다’ 기사에 대한 의견을 말해달라.
홍성일=이 기사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세월호 참사와 비교해 기자들이 피해자를 응대할 때 조심성을 보였지만, 책임 추궁을 해야 하는 사람에 대해선 순응적이었다. 저널리즘이 진전되기 위해선 피해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뿐 아니라 책임자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얻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도 해야 한다.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언론)보도는 최악은 아니었지만 좋은 저널리즘은 아니었다.
김서중=미디어오늘에서 바람직한 보도 사례를 찾으면 좋겠다. 현장에 있는 기자들이 기사를 보고 ‘이렇게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바람직한 보도의 원형을 제시하고 인터뷰를 통해 소개하는 것이 미디어오늘의 책임일 수 있다.
조아라=재난보도준칙에 대해 비평적 접근을 하는 건 어떤가. 기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가졌는지 공유하는 특집도 좋을 것이다.
이은용=분량이 긴데, 익명화된 기자들의 발언이 같은 내용으로 되풀이된다. 기사 배열에 대해 생각도 했으면 한다. 강조하기 위해 거듭 이야기한 것일 수 있지만, 강조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재진=장례식 취재에 대한 관행이 반복되는 문제가 있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그렇게 하지 말자고 했는데 똑같은 일이 반복돼서 파노라마처럼 이야기했다. 이렇게 쓸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관련기사 : 장례식 앞 우르르 몰려가 “신원 확인했나” 질문… 우리 언론 아직 멀었다]
홍성일=‘서울신문 사장은 왜 강북구청장을 찾아갔을까’ 보도가 좋았다. 주장을 최대한 자제하고 사실관계를 덧붙이면서 왜 서울신문이 잘못했는지 보여줬다.
김서중=서울 지방자치단체의 계도지 문제를 의제화하는 것이 좋겠다. 계도지가 주민들에게 언론 접촉 기회를 넓힌다는 의미가 있지만, 자치단체장들의 정치적 의도와 관련해 예산이 사용되는 건 문제가 있다.
[관련기사 : 서울신문 사장은 왜 강북구청장을 찾아갔을까]
김원재=‘MBN 업무정지 판결에 동요 속 블랙아웃 대비까지’ 보도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주로 다뤘는데, 이는 당연하다. 다만 경영진의 잘못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나와야 할 것 같다. 경영진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서술은 잘 안 나와 있었다.
홍성일=법적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것은 좋았다. 앞으로 경영진이 내놓은 비정규직 대책이 뭔지 따져본다면 좋을 것이다.
[관련기사 : MBN ‘업무정지 정당’ 판결에 구성원 동요 속 블랙아웃 대비까지]
이은용=‘보험설계사가 ‘전문가’로 위장해 방송 대본까지 썼다’ 기사 제목에는 ‘대본’이 있는데, 본문에는 대본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보험설계사가) 대본을 썼다는 문자메시지는 있는데, 다른 제목을 달았으면 어땠을까. 독자들은 제목만 보고 떠나간다.
눈길을 끄는 건 부제목에 있는 ‘채널A 등 16개 방송서 10만 넘는 개인정보 유용’이다. 이 내용은 뒷부분에 나와있다. 이게 앞으로 배치된다면 기사가 무거워질 수 있다. ‘16개 방송서 10만 넘는 개인정보 유용’이 처음 등장한 내용이라면 당연히 앞에 와야 한다. 별도 기사를 내 ‘처음 공개하는 수치’라고 하는 것도 방법이다. 1면·3면 박스 기사로 붙였으면 어땠을까. 기사 뒷부분을 보면 “한 보험대리점 업체 내부 자료에 따르면”이라는 설명이 있는데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다. 팩트를 보여주면 단독·특종이 될 것이다.
이재진=10만 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방송에 넘어갔다는 건 처음으로 소개됐다. EBS뿐 아니라 다른 방송에서도 개인정보 유출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취재 중 내용이 접수됐다. 처음부터 수치를 위로 올리기보다 충분한 설명을 하고, ‘EBS도 심각하지만 다른 종합편성채널도 그랬다’는 흐름을 탄 것다.
[관련기사 : 보험설계사가 ‘전문가’로 위장해 방송 대본까지 썼다]
이은용=이태원 참사 관련 언론보도를 비평한 ‘“현장 분위기 전해주시죠” 참사 당일 ‘스케치’로 바빴던 언론’ 보도에서 지상파·YTN 등이 참사 발생 전 현장 소식을 전했다고 했는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가 현장에 있는 기자였어도 (참사를 미리 예측하는 것이) 가능했을까. 특히 중계차에 타는 기자들은 연차가 낮아서 시키는 대로 했을 것이다. 기자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처음에는 기자들 얼굴이 다 노출됐는데 심각한 문제다. 기자들은 좌표가 찍혀서 욕을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이재진=이태원 참사 이전 언론의 역할을 생각하면 유의미하지만, 기자와 언론사의 반론을 왜 담지 못했을까 하는 이야기를 했다.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비평이 유의미해지려면 현장의 목소리가 더 들어가야 한다고 했고, 사내에서 의견을 교환했다. 사진은 당사자 항의가 있어서 흐림처리했다. 부주의했다. 기자 개인에게 화살이 돌아가리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해야 했는데 부족했다.
정철운=완벽한 비평은 아니었다. 기사가 나간 다음 KBS가 공영방송의 역할이 필요했다는 입장을 밝혔던 점 등은 나름 유의미했다고 본다. 다만 ‘리포트는 현장 기자 문제가 아니라 데스크의 문제인데, 기사에 (현장 기자) 이미지가 등장해 기자들이 심적 고통을 호소한다’는 의견을 들었다. 이 부분은 부족했다. 매년 축제는 반복됐고, 사람이 많이 몰린다는 보도도 반복됐다. 문제해결 저널리즘 측면에서 언론이 앞서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현장 기자들에게 피해를 준 부분이나, (기사에서)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건 아쉽다.
[관련기사 : “현장 분위기 전해주시죠” 참사 당일 ‘스케치’로 바빴던 언론]
김원재=조선일보와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갈등을 다룬 ‘조선일보와 민주노총이 서울 시내 복지관 두고 싸우는 이유’ 기사는 양측 입장을 정리하는 식으로 끝난다.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라서 이렇게 끝낸 것 같은데, 기자가 의견이나 상황을 정리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상황을 전달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첨가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가면 좋겠다.
김서중=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양쪽 주장에서 합의된 부분이 뭐고, 합의되지 않은 부분이 뭔지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기자의 주관적 의견을 넣어서 평가하라는 말이 아니다. 사실관계를 나열해서 독자들에게 ‘평가하라’고 하는 게 아니라 정리해주는 게 필요하다. 그렇다면 누가 옳은지 그른지 체계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 조선일보와 민주노총이 서울 시내 복지관 두고 싸우는 이유]
이은용=언론정보학회 가을정기학술대회 세미나 기사 ‘“尹 정부 언론관, 87년 체제 이전으로 회귀”’를 보면 “‘민주당이 반성하고 새로운 방안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규탄했다”는 문장이 있다. 스트레이트 기사이기 때문에 건조하게 ‘말했다’라고 써도 무게감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에 대한 내용이 두 번째 문단에서 나오는데, 이를 첫 번째 문단에 넣는 것도 방법인 것 같다.
[관련기사 : “尹 정부 언론관, 87년 체제 이전으로 회귀”]
홍성일=MBN 예능 ‘돌싱글즈3’를 비평하는 보도가 있었다. 기사에서 보면 PD를 박OO라고 하는데, 돌싱글즈를 다룬 이전 기사를 보면 해당 PD 실명이 나온다. 둘 다 동일한 기자가 썼다. 왜 예전에는 실명이고, 지금은 가명을 쓴 것인가. 기자가 빛나는 순간은 불리한 내용을 기사로 쓸 때다. 잘 다뤘으면 한다.
‘광고 시장 위축 미디어업계 비관 전망 속 K-콘텐츠 투자는 ‘청신호’’ 보도는 지나치게 산업적인 드라이브가 걸려있다. 경제 매체에서 나오는 기사와 다르지 않다. 미디어오늘의 가치는 ‘청신호’의 명암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디어오늘의 일부 대중문화 기사를 보면 산업적·경제적 부분에 집중하고 있어서 우려스럽다.
[관련기사 : 검증구멍에 ‘또 논란’ 일반인 짝짓기 예능]
홍성일=‘YTN 민영화, 도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보도 제목에서 사영화라는 말을 쓰면 강력했을 것이다.
이재진=편집국에서 사영화·민영화에 대해 논의했다. 민영화라는 표현으로도 ‘사기업의 공적 매체 인수’라는 내용이 전달되는데 사영화라는 표현을 고수할 필요가 있었냐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은용=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샘을 보면 ‘사영화’라는 단어가 없다. 사영화라는 단어의 쓰임새가 많아진다면 민영화와 사영화를 같이 쓸 수 있겠지만, 지금은 사영화라는 단어를 언론이 신중하게 써야 할 것 같다.
김서중=사실 민영화라고 쓰는 게 맞다. 하지만 민영화라는 단어를 쓸 때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수식어가 있다. YTN의 경우 국민이 아니라 사적 기업에 지분이 넘어가는 건데, 민영화라고 한다면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억양이 있는 것 같다. 사영화라는 단어를 쓴다면 ‘국민에게 돌려준다’고 못 할 것이다. 정확한 단어를 사용한다면 사영화라는 단어가 국어사전에 올라가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관련기사 : YTN 민영화, 도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