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3년여 만에 최대 증가폭
새달 DSR 2단계 시행 전 수요 겹쳐
5대 은행 금리 인상하며 속도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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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7월 한 달간 7조원 넘게 불어났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량이 늘어난 데다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앞두고 ‘대출 막차’ 수요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개 은행 가계대출 잔액을 취합한 결과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715조 7383억원으로 6월(708조 5723억원)보다 7조 1660억원 늘었다. 2021년 4월(9조 2265억원 증가) 이후 3년 3개월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지난달 18일 기준 잔액이 712조 1841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주도 안 돼 3조 5000억원 넘게 불어난 셈이다.
가계대출 증가폭도 매달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 4월 4조 4346억원, 5월 5조 2278억원, 6월 5조 3415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4개월 동안 월평균 5조 5000억원 넘게 증가해 온 것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했다. 주담대 잔액(559조 7501억원)은 6월(552조 1526억원) 대비 7조 5975억원이 늘어나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보다 많았다. 반면, 신용대출 잔액은 1713억원 줄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 심리가 되살아나고, 시장금리 하락으로 이자 부담이 줄어든 것이 대출 증가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6월 주담대 가중평균금리는 3.71%로 8개월 연속 하락했다. 특히 고정금리 상품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5월 3.80%에서 6월 3.56%로 크게 내렸다.
여기에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이 9월로 미뤄지면서 그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면 스트레스 금리의 적용 비율이 0.25%에서 0.5%로 늘어나게 돼, 고정금리가 아닌 경우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한도가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이 급증세를 보이자 금융당국은 가계빚 관리 강화에 나섰다. 시중은행들은 주담대 금리를 잇따라 인상하며 대출 공급을 조절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일부터 주담대 5년 고정금리를 0.15~0.30% 포인트 인상하며 신한은행도 오는 7일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각각 0.3% 포인트, 0.1~0.3% 포인트 올린다.
손지연 기자
2024-08-02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