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업무협력 강화 지시 후속 조치
“인사·보수 등 인센티브 확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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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개발’과 ‘환경보호’처럼 상반된 가치를 추구하는 국토교통부 국토정책관과 환경부 자연보전국장 자리를 맞바꾼다.
‘국가전산망 먹통 사태’로 전자정부 세계 1위 체면을 구겼던 국가정보화시스템 혁신을 위해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관련 국장 직제도 맞교환한다. 상충하는 업무를 다뤘던 두 부처의 국장 자리를 맞바꿔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히고 역발상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국무조정실과 인사혁신처는 12일 부처 칸막이를 허물고 협업을 끌어내기 위해 중앙부처 국장급 10자리, 과장급 14자리를 대상으로 인사교류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부처 칸막이를 과감하게 허물고 과제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교류자 선정 등을 거쳐 이달 내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업무 특성 차, 신기술·산업 등장으로 갈등의 소지가 있어 상호 이해가 필요하거나 전문성을 공유할 수 있는 국·과장 중심의 전략적 인사교류로 실효성을 높이자는 취지”라며 “국민 체감 성과가 시급하고 협업이 필요한 업무 중 상호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국토정책관과 환경부 자연보전국장 직제의 맞교환이 대표적이다. 업무 특성상 충돌할 수밖에 없는 자리라는 점에서 상호 이해도를 높이고자 선정됐다는 설명이다. 과기부 소프트웨어정책관과 행안부 공공서비스국장 자리의 맞교환은 유사 업무에 대한 전문성 공유 차원이다.
연구개발(R&D) 예산 감축 논란을 빚었던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기획관과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도 맞바꾼다. 공적개발원조(ODA) 강화를 위해 국조실 개발협력지원국장과 외교부의 개발협력담당국장도 교류가 이뤄진다.
정부는 인사교류 대상자에 대한 인센티브도 대폭 강화했다. 국장급은 기존 80만원의 교류수당을 최대 150만원으로, 과장급(3~4급)은 60만~70만원에서 최대 100만~120만원으로 두 배가량 높이기로 했다. 성과가 우수하면 특별성과가산금(S등급의 50% 가산)을 지급한다. 또 인사교류 경력이 있으면 4급에서 고위공무원 승진 시 필요한 재직 기간 요건을 단축하기로 했다.
관가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인사교류 대상이 된 경제부처의 과장급 공무원은 “부처 칸막이를 허물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한다. (옮겨가는 부처의) 국장급, 사무관 등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때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환경부(대기)와 산업부(에너지) 간 국장 교류가 있었고 관점의 간극을 좁히는 효과가 있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갑작스레 정반대 입장에 있는 부처의 업무를 맡는다면 전문성 부족을 드러낼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부처 국장급 관계자는 “업무 특성과 조직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해당 부처 간 관점 차이가 생긴 것이고 정부 내 건강한 긴장관계는 필요한 일인데 그런 점들을 갈등으로 보는 데서 비롯된 것 같다”면서 “인위적으로 사람을 섞는 게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고, 그렇다고 해결될 일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사교류안이 효과를 거두려면 최소 2년은 해당 직제에 대한 인사교류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문성은 조직 미션에 따라 상충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대 조직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업무가 상충되는 자리를 적절히 교환하는 게 필요하며 ‘변두리’가 아닌 결정 권한이 있는 핵심 보직의 교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제도 마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부처 간 정기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충분한 업무교류를 위해 국장급 위주로 적어도 2년 이상은 상대 부처의 업무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유능하면서 협력 마인드가 있는 공무원들이 인사교류 대상자가 될수록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 강주리·이정수·곽소영 기자
2024-02-13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