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이라크 등에서는 공휴일 지정
이스라엘 극우 연정 등장에 기념 더 어려워
24일(현지시간) 예루살렘 기독교인 거주지 일대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시장 모습. 예루살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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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해 전세계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이스라엘의 예루살렘과 베들레헴 등으로 성지순례를 떠났다고 하는데요. 정작 이스라엘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고자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나 요르단과 같은 주변국가로 여행을 대거 떠났다고 합니다.
얼핏 들어서는 잘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자신들의 고유 명절인 ‘하누카(Hanukkah)’를 지낼 것을 강조하다보니 이스라엘 내에서는 예루살렘이나 베들레헴의 기독교 주민 거주지를 제외하면 크리스마스 트리를 찾기도 어렵다고 하네요.
이스라엘에선 하누카 연휴 강조…트리보다 촛대
24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의 정통 유대교인 거주지에서 행해지는 하누카 기념 의식. 예루살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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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올해 이스라엘의 명절인 하누카는 19일부터 26일까지 8일간 연휴로 올해 25일 크리스마스와 3년만에 날짜가 겹치게 됐습니다. 이스라엘 정부와 유대교에서는 곳곳에 하누카를 상징하는 하누키아라는 촛대를 설치하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보다 하누카 명절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는데 노력하고 있다는데요.
최근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에 사는 기독교인들이 예루살렘에 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 각 대학에서도 소수 기독교인 학생들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해 만들었는데 랍비들이 철거를 요구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의 유대교에서는 예수를 이스라엘 역사 속의 여러 선지자 중 한명으로 인정할 뿐, 크리스트교처럼 신의 아들과 같은 위상으로 인정하진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예수가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보다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중요한 기념일인 하누카를 더 중시 여긴다고 하는데요.
하누카는 과거 기원전 2세기 이스라엘이 그리스계인 셀레우코스 왕조의 지배를 받을 당시에 예루살렘 성전을 되찾은 것을 기념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한자로는 성전을 다시 복구했다는 뜻으로 ‘수전절(修殿節)’이라고 부릅니다.
이 하누카를 기념하기 위해 이스라엘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 대신에 하누키아라고 부르는 초를 9개 꽃을 수 있는 거대한 촛대를 세웁니다. 이게 당시 예루살렘 성전을 복구하고 다시 메노라라 불리는 촛대를 세웠는데, 기름이 하루치밖에 없던 촛대가 8일동안 꺼지지 않고 타올랐다는 기적 전승이 있어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촛대를 세운다고 하네요.
결국 이스라엘 정부와 유대교에서 크리스마스보다 하누카를 더 강조하는건 민족주의 의식을 강하게 불어넣기 위한 것이죠. 그러다보니 이스라엘에선 전반적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나 산타클로스 장식 등을 구경하기 힘들다고 하고요. 이로인해 정작 이스라엘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해외여행을 많이 간다고 하네요.
레바논·이라크·요르단·시리아에서는 오히려 크리스마스가 공휴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위치한 에미리트 팰리스 호텔에 설치된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의 모습[이미지출처=에미리트 팰리스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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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이스라엘 주변국가들인 레바논, 요르단, 시리아, 이라크 등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고 성탄절 행사도 진행합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거대하게 세우는데요. 정작 이스라엘은 크리스마스 공휴일은 없고 하누카 명절이 끼어있는 경우에만 쉬죠.
사실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과 같이 수니파, 시아파 종주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슬람 국가들에서도 크리스마스는 공휴일이라고 합니다. 이들 나라에도 기독교인들이 많은데다가 서구문화도 많이 들어가면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슬람교에서도 예수가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모하메드 전에 나타난 예언자로 인정하고 있어요. 터부시하는 존재는 아니기 때문에 크게 거부감이 없다고 합니다. 다만 일부 극단적인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들이 간간이 이 시즌에 테러를 자행할 경우가 있어서 그 부분은 상당히 경계한다고 합니다.
이스라엘 극우 연정 등장…제한적 크리스마스 기념도 사라질까 우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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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스라엘에 극우 연정이 구성되면서 제한적으로 기념하던 크리스마스 축제도 이스라엘 내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는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다시 연정구성에 성공하면서 집권했는데, 이번에 원내 제1당인 리쿠드당의 연정 파트너가 아주 독실한 유대교 극우 정당들로 알려져 유대교 제일주의가 지나치게 강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이 다시금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이스라엘 내 극우정파들은 유대교 정통성을 매우 강조하고 특히 요르단강 서안 일대에 유대인 정착촌의 확대와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강제병합 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때도 이스라엘 정부에서 베들레헴이나 예루살렘의 기독교 거주자 지구에서의 크리스마스 트리 조성에 대해서는 허용을 했지만, 이스라엘 내 주요 대도시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라고 합니다.
앞으로 이들 연정이 더 세력이 강화되면 이스라엘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과 주변 중동국가에 남아있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배려나 타 종교에 대한 관용이 상당히 약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아마 지금보다 더 심하게 크리스마스 기념을 어렵게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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