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00선 다시 붕괴 … ‘트럼프 랠리’ 탄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가
테슬라 40% 뛸 때, 삼성 ‘5만전자’ 위태… 동학개미마저 손 턴다
이미지 확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증시와 비트코인이 신고가 랠리를 이어 가는 가운데 ‘트럼프 랠리’에 나 홀로 소외된 코스피 지수는 지난 8월 이후 3개월여 만에 또다시 2500선이 붕괴되며 ‘검은 화요일’을 맞았다.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 속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 우려가 현실화한 가운데 우리 증시 대표주인 삼성전자는 하루 만에 다시 한번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94% 하락한 2482.57로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400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8월 5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 역시 2.51% 하락하며 710.52로 장을 마감했다. 최근 밸류업 지수 발표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 호재로 볼 만한 굵직한 이슈들이 이어졌지만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주로 돈이 몰리는 현상)에 묻혀 버린 모습이다.
반대로 뉴욕 증시는 연일 불장을 이어 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트럼프 랠리’의 영향으로 3대 주가 지수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가 모두 신고가를 경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 감면 및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졌고 공화당이 미 의회를 싹쓸이하는 ‘레드스위프’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다. 대선 전부터 이어져 온 한미 증시 간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 확대
한미 증시 대표 종목들의 성적표도 이 같은 움직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는 이날도 3.64% 하락하며 4년 4개월 만의 최저가인 5만 3000원까지 주저앉았고 개미들 사이에서는 ‘4만전자’ 될 판이라는 원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초 5만 5000원대까지 추락한 이후 상승세를 보이며 ‘바닥을 다졌다’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트럼프 승리 소식과 함께 하락세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의 대중국 수출 규제 영향에 미국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하락했다”면서 “‘레드 웨이브’(공화당 열풍)와 고금리·강달러 공포, 이로 인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되면서 대형주 위주의 매도 우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트럼프 당선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테슬라는 끝 모를 상승세를 이어 가며 뉴욕 증시를 이끌고 있다. 대선 직전인 4일 242.84달러로 거래를 마감한 이후 5거래일 연속 급등세를 이어 가며 11일 종가 기준 350달러를 기록했다. 단 5거래일 만에 주가가 44%나 뛰었다.
비트코인은 천정을 뚫을 기세다. 이날 8만 9000달러(약 1억 2500만원)까지 넘어서며 신고점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전날 사상 처음으로 8만 달러를 돌파했는데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10% 더 올랐다. 시장에선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까지 12만 50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미지 확대
12일 코스피는 49.09p 내린 2,482.57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18.32p 내린 710.52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2년 만에 종가 기준 1,400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2024.11.12 홍윤기 기자
이 같은 영향으로 국내 증시에선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0월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5조 5780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자예탁금도 56조 3310억원에서 49조 9020억원(8일 기준)으로 11% 이상 줄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 둔 증시 대기 자금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반면 미국 증시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 7일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140조원) 선을 돌파했고 8일 기준 1024억 6216만 달러(143조 8569억원)까지 몸집을 불렸다.
비트코인으로도 돈이 몰리고 있다. 미 대선 당일인 6일만 해도 3조원 수준이던 국내 5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의 24시간 거래대금은 이날 오전 6시 기준 66억 1753만 달러(9조 2731억원)로 3배 이상 불었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기금 등 기관들까지 자산배분 전략상 국내보다 해외비중을 늘리기로 하면서 국내 증시가 더 소외되고 있다”며 “밸류업을 위한 기업 인센티브도 중요하지만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들이 돌아오도록 개인 투자자들을 유인할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성 기자
2024-11-13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