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청년도약계좌 불참
5년간 5000만원 목돈 마련 적금
금리 인하기에 역마진 불가피
청년 고객 많아 ‘이자 부담’ 우려
“비대면·트래픽 감당 곤란” 해명
이달 출시를 앞둔 ‘청년도약계좌’의 금리가 베일을 벗은 가운데 이번 정부 정책에 동참하지 않은 인터넷은행 3사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비대면을 강점으로 MZ세대 고객을 모아 온 인터넷뱅크가 정작 이들의 자산 형성을 위한 대통령 공약에는 뒷짐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12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SC제일·부산·광주·전북·경남·대구은행)은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청년도약계좌 사전금리를 공시했다.
각 은행은 추가적인 금리 조정 과정을 거쳐 오는 12일 최종 금리를 발표한다. 금리 수준은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구조지만 매달 70만원 한도로 5년 동안 납입 시 최대 5000만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려면 연 6% 수준의 높은 금리가 책정돼야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올해부터 내년까지 정책을 취급 기관을 공개 모집했는데 카카오뱅크·토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뱅크 3사가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책 대상이 되는 만 19~34세 청년층이 이들 회사의 주요 고객층이라서다.
실제 지난 1분기 기준 카카오뱅크 고객 중 2030세대 비중은 47%이며, 토스뱅크는 50%, 케이뱅크는 55%로 절반을 차지한다. 청년도약계좌를 취급하기로 한 다른 12개 시중은행의 평균치(약 30%)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논란이 지속되자 이들 회사는 청년도약계좌 진행 과정 중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 확인 작업, 특별중도해지 요건 확인 업무 등 소득 증빙 및 해지 작업을 비대면으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 등 청년도약계좌보다 신청 과정이 복잡한 금융상품을 비대면으로 처리하고 있는 인터넷은행이 내세울 이유로는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청년도약계좌를 비대면 중심으로 운영하기로 했고, 일부 예외 사례에 대해서만 대면 신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오히려 청년층 고객이 많다는 점이 인터넷은행의 정책 참여를 주저하게 만든 원인이란 분석도 있다. 시중은행에 비해 비대면 이용이 원활한 인터넷은행으로 가입자가 몰릴 경우 추후 막대한 이자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정기예금 이자는 3%대 중후반 수준으로 연 6% 이상의 3년 만기 적금 상품을 운용할 경우 금리 인하기에 역마진이 불가피하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선 비대면으로 상품을 취급한다고 했지만, 신청자 규모가 예상보다 많을 경우 트래픽이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 경우 시중은행은 지점을 통해 대면으로 처리하는 대안이 있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당면 과제도 있어 이번 정책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했다.
인터넷뱅크는 지난해 출시된 ‘청년희망적금’ 상품도 취급하지 않았었다. 이때도 일반 예적금과 달리 군필자 우대나 퇴직 등에 한해 중도 해지 일부 이자를 제공하는 등의 업무를 비대면으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민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