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일 오전, 남아공 청년들이 세미나에 모인 이유는?
누구나 편히 자유시간을 즐기고 싶어하는 토요일 오전. 20, 30대 청년들이 세미나실에 모였습니다. 한반도의 지구 반대편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 타운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들을 불러들인 세미나 주제가 무엇일까요.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K팝이 글로벌 가치와 문화에 미친 영향’ 입니다.
■ “현실적 장벽에 좌절 거듭” 남아공 인권단체 대표를 구원한 것은 K팝
연사로 나선 제시카 듀허스트 씨는 아프리카 전역에서 발생하는 성폭행과 납치, 인신매매 등 젠더 폭력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국제 인권단체 Justice Desk의 대표입니다. 2016년 아프리카에서 가장 영감을 주는 인물로 선정돼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Queens Young Leaders 상’을 받았고, 2019년에는 영국의 해리 왕자 부부로부터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는 비범한 인물”이란 평가도 받았습니다.
이런 인물이 ‘K팝의 영향력’를 분석하는 세미나 연단에 기쁜 마음으로 선 이유는 그녀가 몸소 체험한 K팝의 힘 때문이었습니다. 남아프리카 국내외에서 인권운동가로 큰 기대를 받은 그녀는, 높아지는 인지도에 비례해, 여성 납치, 인신매매 범죄단체 등로부터 많은 협박과 회유를 받았습니다.자신과 인권단체의 열정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아프리카 내에서 여성 인권은 계속 추락했고,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제도적 장벽에 좌절을 거듭했습니다.
시련의 시기였던 2017년 어느날, 그녀는 BTS의 ‘Not Today’란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됩니다. 강합 힙합 선율에 맡겨 가볍게 몸을 흔들던 그녀는 노래 첫 구절을 듣고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고 합니다.
All the underdogs in the world / A day may come when we lose
But it is not today / Today we fight!
세상의 모든 약자들이여 / 패배하는 날이 올지도 몰라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 오늘도 우리 모두 화이팅!
가사를 듣고 또 듣고 읊조리는 순간, 그녀는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BTS의 곡 ‘Not Today’ 가사와 음율에서 받은 긍정적인 기운은 그녀가 아프리카 여성의 인권 신장을 위해 더 열심히 뛰게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합니다.
■ BTS의 “Love Yourself”가 인권단체 Justice Desk의 활동 모토
제시카 듀허스트 씨는 감동의 순간을 잊지 못하고 바로 BTS의 팬클럽 Army에 가입했습니다. 그녀가 이끄는 단체 Justice Desk의 회원들도 상당수가 BTS의 팬입니다.
그녀는 BTS의 노래와 활동에서 뽑아낸 3가지 키워드를 Justice Desk의 활동의 모토로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Identity(정체감), Voice(자신의 목소리), Ubuntu(공동체 정신) 입니다.
2018년 9월, BTS의 7분 짜리 유엔 연설이 자신의 인권 단체에도 큰 울림을 줬다고 합니다. 제시카 듀허스트 씨는 “출신이나 피부색, 성 정체성이 어떻든 내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라’는 연설 내용에 자신과 회원들이 큰 용기를 얻었다고 강조했습니다.
K팝은 음악적인 부분, 상업적인 부분에서 크게 인정받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이처럼 전세계 팬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고 있습니다.
■ 좋은 기운 주고받으며 시너지 효과 거두는 ‘K팝 가수’와 ‘팬덤’
K팝 가수와 팬들은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으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 경찰의 폭력 진압때문에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촉발한 <블랙 라이브스 매터> 운동에 BTS와 K팝 팬덤이 인종 차별 반대 메시지를 분명히 밝히고, 온라인 상에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조직력을 선보이며 모금 활동까지 펼쳤습니다. 블랙핑크는 지난해 11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팬들에게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세계 대중문화 시장을 석권한 K팝 가수들이 다양한 국제 이슈에도 메시지를 표방하고 팬들과 소통하며 차별화된 행동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K팝 팬덤 역시, 예전 자기들이 좋아하는 가수에 열광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일정 가치를 갖고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팬들이 힘을 합쳐 공동의 목표를 실현해 나간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 받고 있습니다.
■ ‘K팝의 성공과 진화’는 한국 이미지 업그레이드에 큰 도움
한국과 남아공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남아공 주재 한국 대사관이 이번 세미나를 특별 기획했습니다. 박철주 남아공 대사는 “K팝의 인기가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소프트 파워 강화로 이어지고 있고, 남아공에서도 K팝이 ‘공공 외교의 첨병’으로 한국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K팝 가수와 전세계에 퍼져있는 K팝 팬들은 선한 가치 실현을 추구하는 건강하고 공고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매개로 한 탄탄한 결집력을 바탕으로 가수들에 대한 팬들의 충성도도 높습니다. 가수가 불어 넣어주는 영감에 따라 세워진 목표 달성을 위해 화력을 집중하는 강한 행동력도 갖고 있습니다.
세미나를 통해 K팝 가수와 팬들이 주고받는 영향력의 순환 고리가 향후 사회 각 분야에서 건강한 기운을 불어넣으며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뉴스홈페이지 : https://goo.gl/4bWb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