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러시아에 대한 10번째 제재 패키지를 시행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을 묻는 국제센터도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2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잔혹한 전쟁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10번째 대러 제재 조치 시행과 관련,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주요 7개국(G7)과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 대한 추가 가격상한제를 도입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지난해 12월 미국과 EU 등 27개국은 러시아의 전쟁비용 충당 차단, 유가 안정화를 위해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를 도입했다. 또 이달 5일부터는 원유는 물론 석유 제품에도 가격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리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를 한 세대씩 후퇴시키고 있다”면서 “원유 가격상한선으로 (러시아는) 이미 하루에 1억6000만 유로(약 2150억원)의 피해를 보고 있고, 우리는 계속해서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유럽의 제재 속도가 다소 느려졌고, 반대로 테러 국가는 제재에 적응하고 있어 우리는 따라잡을 필요가 있다”면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10차 제재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가 제재 조치와 관련 “러시아가 제재 회피 능력을 줄이는 것에 대한 유럽 공통의 과제”라면서 “이 제재가 빨리 이뤄질수록 우리는 러시아 연방의 패배에 더 다가갈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우크라이나 침략 범죄 기소를 위한 국제 센터를 설립, 러시아의 전쟁 범죄 증거 수집을 진행할 것이라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이 센터에 대해 “유로저스트(EU 사법협력기구)가 지원하는 합동 조사팀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발표는 지난 주 유럽 평의회가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정치·군사 지도자들을 기소하기 위한 특별 국제 재판소 창설을 요구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한 뒤 나온 것이다.
이달 초 영국 정치인들은 러시아의 침략 범죄를 조사하기 위한 특별 재판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유사한 요청을 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연합의 검사들은 이미 협력하고 있다”면서 국제센터 설립을 환영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EU의 지원이 전쟁 시작 이후 500억 유로(약 67조원)에 달한다고도 언급했다.
이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만남은 3일 예정된 EU·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 앞서 이뤄진 것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키이우 방문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4번째다.
이번 키이우 방문에서는 최소 3000억 달러(약 3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우크라이나전 종전 이후 복구 비용 문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과 관련한 절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