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1분기 순익 41% 줄어들어
‘반도체 대장’ 엔비디아 3.8% 급락
삼성·하이닉스 ‘저점매수’에 반등
韓경제 반도체 쏠림 갈수록 심화
“산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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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증시를 이끌었던 반도체 업계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우려로 바뀌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乙)’로 불리는 ASML의 실적 부진이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를 비롯한 업계 전반을 뒤흔들면서다. 경기와 수요에 민감하고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업계 특성상 작은 변수에 업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모습이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계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국내 증시는 물론 한국 경제 전반의 체질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0.89%와 2.01%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95% 상승한 2634.70으로 장을 마감했다.
‘저점 매수’에 나선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의 매수세 영향이 컸다. 이달 초 8만 5000대를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이후 기관의 매도세가 본격화하면서 지난 16일 7만 800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SK하이닉스 역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로 17만원대까지 주가가 내려갔지만 이날 반등했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시장 호조세를 바탕으로 주가를 지켜 냈지만 뉴욕 증시의 상황은 달랐다. 뉴욕 증시는 17일(현지시간)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으로 반도체 랠리가 본격화한 이래 최악의 하루를 마주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87% 하락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AMD도 각각 4.47%와 5.78% 떨어졌다. 자연스레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3.25% 급락했다.
ASML의 1분기 실적 부진 영향이 컸다.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독점 공급하는 ASML은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로 통한다. ASML의 1분기 순이익은 12억 2400만 유로로 지난해 4분기 대비 41% 줄었다. ‘을’로 분류되는 ASML의 실적 부진이 뉴욕 증시 반도체 업계 전반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증권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외 반도체 업계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크지 않은 악재에도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30%에 육박한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해외 반도체 주식에 직접 투자한 서학개미(개인투자자)까지 고려하면 국내 투자자들의 반도체 의존도는 상당한 수준을 넘어 과도한 수준이란 이야기까지 나온다. 대내외 악재로 인해 반도체 주가 단기 급락이 발생할 경우 국내 증시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국내 증시와 우리 경제의 높은 반도체 의존도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는 기술과 수요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한번 삐끗해 버리면 바로 큰 위기를 마주하게 된다”며 “정부와 민간이 함께 대내외 산업 수요를 치밀하게 분석해 우리 경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빠르게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성 기자
2024-04-19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