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
T1과 한화생명 e스포츠가 오늘(2일) 맞붙는다. 스토브리그 기간에 탄탄한 선수 라인업으로 구축해 기대를 모았던 두 팀이지만 현재 상황은 정반대다. T1은 디플러스 기아, 젠지 e스포츠 등 강팀들과 경기에도 4승으로 전승을 달리고 있다. 경기력과 밴픽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명실상부한 현 LCK 1팀으로 꼽힌다. 반면 한화생명은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23 시즌 광동 프릭스와의 첫 경기 승리 이후 3연패의 늪에 빠졌다. 상대적으로 약팀으로 꼽혔던 리브 샌드박스 등에 일격을 당하며 경기력도 흔들리고 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1승이 간절한 한화생명 입장에선 최악의 상대를 만나게 됐다.
현재 선수들의 경기력을 보면 T1의 우세가 점쳐진다. T1의 모든 선수들은 각 포지션에서 KDA 기준 3위 안에 들면서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KDA는 킬과 어시스트를 죽은 횟수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평균적으로 덜 죽고 상대를 잡는 데 기여했다는 의미다. 특히 서포터인 케리아(류민석)가 케이틀린, 칼리스타 등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사용하는 모습을 선보이며 상대팀에게 밴픽의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네이버 e스포츠에서 진행 중인 승부 예측 역시 T1의 승리에 베팅한 비율이 95%에 달한다.
하지만 스포츠의 세계에는 언제나 이변의 가능성이 있다. 한화생명이 T1을 상대로 승리하는 드라마를 쓴다면 그 시작점은 제카(김건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체적으로 팀의 경기력이 저조한 상황에서도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팀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제카는 경기에서 가장 활약한 선수를 뜻하는 POG(Player of the Game) 포인트가 300점으로 LCK 미드 포지션 내에서 2위다. 현재까지 한화생명이 승리한 4번의 경기 중 3번이나 팀 내 MVP에 선정됐다는 얘기다.
결국 제카의 창이 페이커(이상혁)를 뚫어낼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제카는 이번 시즌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솔로 킬 횟수가 7회로 LCK 내 최다 횟수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페이커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다. KDA가 5.9로 LCK 미드 라이너 중 1위다. 평균 데스는 1.6으로 낮은 상황에서 평균 킬 횟수가 3.8로 가장 높은 모습을 보인다. 세트로 팀적인 움직임에 기여하거나 아지르, 카사딘으로 직접 캐리를 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뤄낸 수치라 더욱 의미가 크다.
밴픽 측면에서 T1 역시 제카를 견제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제카가 활약을 펼쳤던 사일러스, 아칼리 등은 금지될 확률이 높다. 두 챔피언이 금지된 상황에서는 아지르의 티어가 올라간다. 페이커가 4회, 제카가 2회씩 사용한 아지르는 두 선수 모두 숙련도가 높은 챔피언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사일러스, 아칼리, 탈리야를 제외한 챔피언으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제카가 어떤 챔피언을 꺼내 들지도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22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 페이커를 꺾고 우승컵을 거머쥔 제카가 또 한 번 ‘차력 쇼’를 선보일지, 완벽한 팀 합에 개인 기량도 물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페이커가 복수에 성공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주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