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3당 “강행하겠다” VS 與 “받지 않겠다”… 입장 되풀이
국민의힘 참여 안 하면 ‘야당 독무대’… 정쟁 매몰 우려도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본궤도에 올랐지만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반쪽 국정조사’가 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野 3당,’이태원 국조’ 특위 명단 꾸려
“참사 진상 규명 명령 받들길” 與 압박
더불어민주·정의·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은 국정조사 처리 수순에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께서 어제 공문을 통해 국정조사 계획서에 관한 의견과 특별위원회(특위) 위원 명단을 다음 주 월요일(21일) 정오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했다”며 “국가적 대참사 앞에서 우리 국회가 최소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게 나서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의장의 요청대로 국정조사를 요구한 국회의원 181명의 뜻을 하나로 모아, 국정조사 계획서 안과 특위 위원 명단을 제출하겠다”면서 “국민의힘은 국회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에서 이제라도 벗어나,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류호정 대변인은 이날 소통관 브리핑에서 “야 3당은 어제부터 국정조사 계획서 작성을 비롯한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야말로 지위고하를 막론한 성역 없는 조사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남은 건 국민의힘의 결단이다. 지금은 ‘수사가 먼저’라고 주장하지만, 수사가 끝나면 그때는 ‘재판이 먼저’라고 할 것 아니냐”며 “야당만의 반쪽 국정조사로 만들어 진상규명 자체를 뒤흔들려는 게 아니라면 당장 오늘이라도 협의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위원으로 4선 우상호 의원(위원장)을 비롯해 3선 진선미 의원, 재선 김교흥(간사)·권칠승·조응천 의원, 초선 천준호·이해식·신현영·윤건영 의원 등을 선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내각 출신을 비롯해 지자체,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탁했단 게 이들의 설명이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전까지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국정농단 사태 당시 원내대표로서 국정조사를 이끈 바 있다.
김교흥 의원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민주당 간사이자 당내 이태원참사대책본부 진상조사단장을 역임하고 있다.
진선미·권칠승 의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각각 맡았다. 윤건영 의원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도 불린다. 조응천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다.
지자체 분야에서는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을 지낸 천준호 의원과 강동구청장 출신 이해식 의원이 함께한다. 두 사람 모두 현재 국회 행안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신현영 의원은 의사 출신으로, 이태원 참사 당시 사고 소식을 접하고 당일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
정의당에서는 당내 이태원참사대응 태스크포스(TF) 위원인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초선)가 합류했고, 기본소득당에서는 용혜인 의원(초선)이 이름을 올렸다.
◇”24일 본회의 통과 수순” 여론전 나서
‘여론’ 띄워 국조 당위성·협력 견인 박차
더불어민주당은 여론전에도 당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안을 야 3당 단독으로라도 의결하겠단 입장인 만큼, 민심을 동력으로 국정조사 추진의 당위성과 국민의힘으로부터 국정조사 협력을 끌어내겠단 취지로 읽힌다.
진성준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모르긴 해도 이렇게 국회의장께서 국정조사 특위 구성을 위한 명단을 제출하고, 또 국정조사 활동 계획서를 제출해 달라고 한 것으로 봐서 오는 24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하기 위한 선행 조치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관측했다.
진 의원은 “여당이 지금까지는 국정조사에 반대하고 있습니다마는 그렇게 국정조사 계획서가 채택되면 여당도 참여하지 않을 수 없을거라고 생각한다”며 “워낙 사안 자체가 국민의 공분이 큰 사안이다. 사안 자체만으로도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하는 데는 여당도 이견이 없을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략적 차원에서 봐도 여당이 국정조사에 참여해서 ‘이건 무리다’고 생각되는 측면이 있다면 그건 의견을 개진해 조정하도록 하는 게 당의 입장에서 유리한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안민석 의원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함께 토론한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에게 “우리가 당이 틀려도 오랫동안 정치를 같이 해 왔지 않나. 그래서 대충 어떤 분이 ‘무대포’고, 어떤 분이 합리적이고, 어떤 분이 절차적 민주성을 중요시하는지 대충은 안다”고 입을 열었다.
안 의원은 “내가 볼 땐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은 거의 99%, ‘국회가 국정조사를 해야 된다. 안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렇게 길거리 위에서 젊은 사람들이 많은 희생을 당했는데, 전 세계에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국회가 어디 있느냐’ 그런 생각을 하실 거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국조 안 한다”… ‘정치적 공방’ 초점
野 3당 강행엔 “본인들도 부담스러울 것”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안팎 공세에도 국정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김 의장의 특위위원 명단 제출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자 “어떻게 답할지 상의 중”이라며 “수사 이후에 필요하면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고 답할지, 국정조사 필요성이 없다고 할지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며 “수사 결과가 나온 다음에 필요하면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하면서도 야 3당의 강행 처리도 염두에 둔 상황이라고 부언했다.
당내 의원들도 이런 기조에 무게를 실으면서 ‘정쟁’에 초점을 맞췄다. 국정조사가 진상규명보다는 사실상 정쟁의 발단이 될 거란 지적이다.
홍문표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이 문제를 지금 숫자가 많은 야당에서 밀어붙였을 때 이 정국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국정조사는) 강제수사권이 없지 않나. 그냥 정치적 공방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경태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해) 여론을 들어보면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만드는 게 국정조사보다 높게 나온다”며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게 국회라고 생각하는데, 일방적으로 야당에서 추진하면 국민 정서에 전면 대치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번 (추진하는) 국정조사는 이재명 구하기, 일명 ‘방탄 국조’라고 본다.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유감스럽다”며 “이번 국조는 참으로 염치가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권에서 안전을 얘기해 놓고 관련 법안 하나 못 만들어 냈다”고 질타한 뒤 국정조사를 논하기 전에 국회의원 전원이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 3당이 국정조사 계획안을 단독 처리할 경우 향후 ‘국정조사 정국’으로 흘러갈 우려는 있으나 야당도 그에 못지않은 정치적 부담감을 질 거란 의견도 나온다.
현행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정조사 특위는 교섭단체 의원 수 비율에 따라 구성되나, 조사 참여를 거부하는 교섭단체 의원은 제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이 국정조사를 거부할 경우 야 3당만이 국정조사에 참여한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국정조사에 참여 안 할 경우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질문에 “그런 부분까지 당 지도부가 (고려한 뒤 입장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 지도부와 맞춰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조 의원은 “(강행해도) 반쪽짜리 국정조사가 될 거다”라며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민주당의 무책임과 무능함을 보여줄 수도 있기 때문에, (야당 측에서도) 부담스러울 거다”고 내다봤다.
또 “똑같은 얘기를 앵무새처럼 할 텐데 (국정조사를)하면 아마도 ‘왜 했지’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면서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국정조사도 여야가 합의해서 할 때 의미가 있는 거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날 세웠다.
[신아일보] 강민정 기자
저작권자 © 신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