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국조’ 대통령실 포함… 요구서 이르면 오늘 본회의 보고
與 “정쟁용… 응하지 않을 것”, 野 “尹 거부땐 퇴진운동 시작”
9일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접수시키고 있다. 요구서에는 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과 무소속 의원 등 181명이 서명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과 무소속 등 범야권 의원 181명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9일 국회에 제출했다. 대통령실은 “이 슬픔은 정치에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강제력이 없는 국정조사는 정쟁만 일으킬 뿐”이라고 반발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에서도 “범야권이 손잡고 단독 처리하면 막을 수단도, 명분도 없다”며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정조사 요구서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 및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국정조사 요구서는 이르면 10일 본회의에 보고될 예정이라 연말까지 ‘국정조사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국정조사 범위에 대통령실도 포함
민주당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와 정의당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는 이날 오후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출신인 시대전환 조정훈 대표는 “국정조사는 정쟁의 폭죽이 될 것”이라며 불참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국회의 시간이다. 국정조사, 청문회, 특검 등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진실이 결코 봉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은 국정조사 요구서에서 이번 참사 원인으로 “3년 만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없는 핼러윈 축제로 큰 인파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전 안전관리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살려 달라’는 112 신고에도 즉각적인 대처가 없었고, 발생 초기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 등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 및 최근 정부가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도 참사 원인으로 꼽았다. 이들은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에 따른 경호경비 인력의 과다 소요 및 참사 당일 마약범죄 단속 계획에 따른 질서유지 업무 소홀 등이 작용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용산구와 함께 국정조사 범위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서 사고 경위와 진상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인 만큼 내용을 지켜보겠다. 이태원 사고가 왜 이렇게 됐는지는 국민께서 잘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 與 “정쟁일 뿐” 野 “불참은 진실에 대한 보이콧”
여야 지도부도 국정조사를 둘러싼 힘겨루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조사가 가장 빨리 진상에 접근하고 국민들에게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그는 “특검을 지금부터 준비해서 국정조사에 이어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안민석 김용민 등 민주당 의원 20명과 무소속 민형배 의원 등도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조사와 특검 수용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 퇴진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다수당이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국정조사는 사실상 효력이 없는 것이 된다. 국정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을 계획”(주호영 원내대표)이라고 거부 의사를 못 박았다. 지금까지 국회 국정조사가 여야 합의로 이뤄졌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 다만 야권은 일단 특별위원회 구성 전까지 국민의힘의 참여를 촉구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불참했다간 대응도 할 수 없으니 국정조사에 참여하는 것이 실리적으로도 낫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
여야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신상 공개 문제를 두고도 공방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세상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 국민이 분향을 하고 애도를 하냐”며 “유족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몰락을 막기 위해 타인의 비극적 죽음마저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훈상 기자 [email protected]
이윤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