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니는 어떻게 일본 요괴 대표주자 됐나
『눈물 흘린 빨간 오니』라는 일본 동화가 있습니다. 하마다 히로스케가 쓴 일본의 요괴 ‘오니’에 대한 대표적인 이야기로, 교과서에도 실려있죠. 옛날, 일본의 마을에 빨간 피부를 가진 오니라는 요괴가 살았습니다.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빨간 오니는 ‘마음씨 착한 오니입니다. 누구든 찾아주세요. 맛난 과자가 있습니다. 차도 드릴게요’라는 팻말을 세워두고 집 앞에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흉측한 오니의 모습에 겁이 난 사람들은 아무도 그의 집을 찾지 않았죠. 결국 빨간 오니는 화가 나서 팻말을 뽑아 버리고 홀로 쓸쓸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흉측한 파란 피부의 오니가 마을을 습격해왔어요. 강력한 오니가 날뛰자 사람들은 겁을 먹고 도망쳤죠. 그 순간 빨간 오니가 나타나 그를 가로막고 내쫓았습니다. 사람들은 고마워했죠. 그렇게 빨간 오니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었고, 사람들은 종종 그의 집에 놀러 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파란 오니의 작전이었어요. 파란 오니는 친구인 빨간 오니가 인간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것을 알고, 그를 위해 사람들을 습격하는 척한 것이죠.
빨간 오니는 자신을 도와준 파란 오니에게 고마워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했습니다. 어째서인지 파란 오니가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빨간 오니가 파란 오니의 집을 찾아갔지만,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이미 텅 비어있었어요. “빨간 오니야. 사람들하고 친하게 즐겁게 살아. 나는 멀리 떠나지만, 언제까지나 네 친구야.” 파란 오니는 빨간 오니가 자기와 친하게 지내면 사람들이 빨간 오니도 나쁜 오니라고 생각할까 봐 멀리 떨어지기로 한 것입니다. 인간에게 나쁜 오니라 불리며, 친구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파란 오니. 이 사실을 안 빨간 오니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죠.
일본에는 전국 각지에 다양한 요괴 전설과 설화가 있고, 지금도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가히 요괴 왕국이라고 부를 만하죠. 요괴 왕국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요괴가 바로 오니입니다. 오니는 한자로는 귀신 귀(鬼)자로 쓰지만, 한국의 귀신처럼 인간의 혼령 같은 것이 아니라 도깨비에 가까운 존재예요.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에는 뿔이 달렸고, 입에는 송곳니가 길게 솟아 있으며, 손에는 날카로운 손톱이 흉측하게 자라났죠. 호랑이 가죽으로 된 옷을 걸치고, 가시가 난 몽둥이를 든 데다, 덩치가 커서 무서워 보입니다. 피부는 파랑‧빨강‧노랑‧초록‧검은색으로 자연의 흐름을 나타내는 오행과 불교의 다섯 번뇌를 뜻하는 오개의 개념이 합쳐진 색깔이라고 하죠. 오니는 자연의 상징인 동시에 번뇌의 상징이라는 뜻일 겁니다.
일본에서 오니는 전설적인 영웅 모모타로가 물리친 악당이며, 슈텐도지처럼 사람을 해치다가 퇴치당하는 등 사악한 요괴의 대명사이기도 해요. 봄을 맞이하는 절기 중 하나인 세츠분(입춘 전날) 때는 사악한 것은 물러나라는 뜻에서 ‘오니는 밖으로’라고 외치며 콩을 뿌리는 행사를 하죠. 만화 등에서도 오니 분장을 한 사람에게 콩을 던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오니는 사악한 요괴로 여겨지지만, 동시에 지옥의 염라대왕 밑에서 죄인들을 괴롭히는 옥졸로서도 유명해요. 지옥의 가마솥에 죄인들을 집어넣는 오니 역시 일본 대중문화에서 매우 친숙한 모습이죠.
오니는 무섭고 추하게 생기긴 했지만, 모두 사악하고 위험한 건 아닙니다. 일본에는 오니가 살았다는 전설이 있는 산이나 숲이 많은데, 그중에는 동화 속 ‘빨간 오니’처럼 마을의 수호신이 되어 사람들로부터 신처럼 숭배받은 이들도 있습니다. 오니의 모습은 각양각색, 다채롭기 이를 데 없죠. 한국에도 잘 알려진 오니 이야기로는 『혹부리 영감』이 있습니다. 혹부리 영감의 노래에 반한 나머지 소원을 들어주는 방망이를 주고 혹을 가져가는 오니의 모습은 지옥의 옥졸이라기엔 너무도 어수룩하죠. 오니들을 속이려던 나쁜 영감이 벌을 받는 건 지옥과 마찬가지겠지만 말이에요.
일본의 오니는 한국의 도깨비와 비슷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선지 『혹부리 영감』이 한국의 전래동화로 알려지기도 하고, 한국 도깨비라면서 오니를 그려놓기도 하죠. 그건 한국 도깨비와 관련한 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혹부리 영감』과 비슷한 『도깨비와 개암』 같은 전래동화를 빼면 도깨비에 대한 이야기를 찾기 힘들어요. 전설이나 설화뿐 아니라, 오니가 등장하는 무수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일본과 비교하면 아쉬운 일이죠.
하지만, 일본에서도 오니 얘기가 처음부터 넘쳐났던 것은 아닙니다. 『눈물 흘린 빨간 오니』를 쓴 하마다 히로스케처럼 오니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던 이들이 노력한 결과죠. 국내에서 인기를 끈 ‘도깨비’라는 드라마 덕분에 사람들이 도깨비에 관심을 가진 것처럼, 다양한 이들이 오니 이야기를 찾아내고 만들어 소개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사람을 해치고 잡아먹는 요괴로, 때로는 지옥의 옥졸로, 그리고 나아가 마을이나 산을 지키는 수호신으로서, 일본인들과 함께했던 오니. 이들이 다양한 작품을 통해 사랑받으며,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되듯이, 한국의 도깨비도 더 많은 이야기로서 소개되길 바랍니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