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 음식 칼럼니스트가 지난 23일 진행된 ‘2022년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지역인문학센터 시민강좌’에서 비대면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MSG, 아지노모토, 광고로 다시 읽기’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2.9.23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지역인문학센터 제공 |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인천 서구청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경인일보 등이 후원하는 ‘2022년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지역인문학센터 시민강좌’의 ‘미각을 자극하는 인문학’ 두 번째 강좌가 23일 오후 3시부터 4시30분까지 비대면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열렸다.
고영 음식 칼럼니스트가 ‘MSG, 아지노모토, 광고로 다시 읽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 편집자 주
조선총독부 기관지로 창간해 발간한 신문인 ‘매일신보’의 1922년 5월22일자 제4면을 차지한 전면 연합 광고를 보면 애프터셰이브, 향수, 구강청정제, 맥주·공장제 조미료 등을 소비하면서 중산층 가정의 하루가 간다.
법률혼을 한 이성애자 부부가, 비장애 자녀를 두고 꾸린 ‘홈, 스윗 홈’. 부르주아 문화와 대중문화가 함께 퍼뜨린 행복의 전형이다.
소비하지 못하면 행복은 불가능하다. 이 풍경 속엔 먹을거리가 나온다. 완벽한 하루의 후반에 큰 회사의 맥주, 양산 조미료가 기다린다. 건강기능식품이 주부의 노고를 위로하면서 하루의 마침표를 찍는다.
향수·조미료 등을 소비하는 모습
중일전쟁 전까지 가장 큰 광고주
한 편의 연합 광고는 최근 100년 사이 새로운 식품 광고의 태생을 단박에 보여준다. 이 중 해방 전까지 가장 많이 광고한 제품은 단연 ‘아지노모토’다.
아지노모토는 인류 역사상 공장제 조미료의 첫 상품이다. 미원이나 비슷한 조미료의 원형이다. 원료 물질이 우리에게 익숙한 MSG다.
MSG는 감칠맛을 내는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다. MSG는 생각보다 나이가 많다. 1908년 4월 일본인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는 일본에서 제조 기술의 특허를 출원했다. 그해 7월 특허를 받았고, 이듬해 상표명과 제품명을 아지노모토로 정하고 일본에서 세계 최초로 판매했다. 1910년엔 대만과 조선에서도 판매를 시작한다.
조선에 첫발을 내디딘 아지노모토 사(社)는 1937년 중일전쟁 발발 전까지 줄곧 조선에서 가장 손이 큰 광고주였다. 큰손일 뿐 아니라 ‘홈, 스윗 홈’ 감성 자극에 섬세한 광고주였다.
무료 증정진행… ‘데이’ 행사 원조
일본 위세·조선 가슴 아픈 역사도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에게 익숙한 ‘데이’ 행사도 그 원조는 아지노모토 광고이다.
1926년 9월26일자 광고를 일주일 갖고 있다가 10월 1일 ‘아지노모토 데이’에 부스로 오면 아지노모토 한 병을 무료로 준다는 것이다. 광고의 마무리엔 ‘이왕가어용달(李王家御用達)’이라고 돼 있다.
아지노모토는 일본 황실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조선 왕실에도 조달되는 제품이라는 뜻이다. 망한 조선의 왕과 일가도 아지노모토를 먹는다는 것으로 이러한 광고엔 일본 제국의 위세와 조선 왕실의 그림자라는 가슴 아픈 역사가 있다.
아지노모토 사는 간선 도로에 상표를 스탬프로 찍고 사라지는 광고, 세계적인 예술인 최승희를 모델로 한 광고를 했다.
장터와 음식점에 판촉 인력을 뿌려 아지노모토의 입소문을 내게 하거나 신식 요리 강습회와 요리 책자를 통한 판촉을 하는 등 전에는 없었던 공격적인 광고 홍보도 펼쳤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홈, 스윗 홈’ 감수성 광고다. 어린이의 웃음으로 부모와 주부의 가슴을 찔러 식품을 팔자는 계산은 이미 100년 전에 기업이 하고 있었다.
/김태양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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