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력’ 사용의 법제화까지 단행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 정책이 법령으로 채택됐음이 대외적으로 공표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우리의 핵을 놓고 더는 흥정할 수 없게 불퇴의 선을 그어놓은 여기에 핵무력 정책의 법화가 가지는 중대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핵보유국이라는 기존 주장에 더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노선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핵무력 정책 법령은 1항부터 11항까지 번호를 붙여 핵무력 사명, 구성, 지휘통제, 집행 등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3항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에서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와 관련한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고 명시했다. 이어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 단행된다”고 밝혔다. 1인 독재정권 수호를 위한 핵무기 사용 정책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어서 말문이 막힌다.
북한의 핵무력 법령은 우리 통일부가 이산가족 문제 논의를 제의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비핵화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남측이 북한 비핵화 로드맵으로 제시한 ‘담대한 구상’에도 별 관심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9일 북한이 ‘비핵화는 없다’며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데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논평했다고 스테판 뒤자리크 대변인이 전했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이날 “핵 위험을 줄이고 없애기 위한 국제사회의 수십년 노력에 반대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한반도 비핵화 염원을 내팽개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는 예견됐던 일이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새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고는 이날 낮 성명을 통해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5형’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며 ‘국가 핵무력 완성’ 실현을 선언했다. 이후 자체 로드맵에 따라 미사일 도발을 이어오다 올 들어서는 김 위원장이 앞장서 ‘핵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천명하며 도발 강도와 빈도를 높여오지 않았나. 7차 핵실험 준비도 마친 상태다. 북한의 오판과 무모한 도발에 더 강력하고 신속한 한·미 연합 억제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핵무력 법제화가 국제사회 고립만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점도 분명히 깨닫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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