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문화방송이 창사 59주년을 맞아 마련한 특별 기획 뉴스.
‘사분오열 대한민국, 진영 논리를 넘어 미래로’ 순서입니다.
오늘은 한국사회 최대의 갈등 중 하나로 꼽히는 이념 갈등을 짚어보겠습니다.
정치적 이념을 두고 진보와 보수로 나뉜 대한민국은 사안마다 대립하고 서로 화합하기 힘들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념을 두고 둘로 쪼개진 우리사회의 단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심병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2019년 10월.
서울 광화문과 서초동 일대에는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수십만 명씩 모여 세 대결을 펼쳤습니다.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당연한 수사라면서 찬성했고 진보 성향의 사람들은 검찰의 표적 수사라고 반발했습니다.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 여부는 정치적 이념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지만 양쪽은 극심한 갈등을 빚었습니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는 보이지 않았고 대한민국은 반으로 갈라졌습니다.
◀조성주 정치발전소 상임이사▶
“정치가 그렇게 싸워줌으로 인해서 시민들 간의 내전을 방지하는 건데 지금 한국은 마치 정치적으로는 내전 상황에 이미 들어가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이념 지형은 안보와 외교, 성장과 분배, 노동과 복지 등에 대한 입장에 따라 진보와 보수로 맞서고 있습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5월 국민 천 명을 상대로 실시한 ‘집단별 갈등 인식’ 조사에서 이념 갈등이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사안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야 갈등이 크다는 응답이 95%, 진보와 보수 갈등이 94%로 나와 갈등 지수가 가장 높았습니다.
이런 갈등은 모두 이념 갈등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1년 전에 비하면 여야 갈등은 7% 포인트, 진보와 보수 갈등은 6% 포인트 상승해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고 2018년부터 시작한 조사 결과 중 가능 높은 수치입니다.
◀이동한 한국리서치 차장▶
“올해 선거 되게 치열했고 사실 양 후보가 0.7% 포인트 차이로(승부가 났고)… 그러니까 접전을 벌였던 그런 선거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양쪽 진영에 해당하는 분들이 다 집결해서 서로 비토하는 게 강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면서 이념 갈등의 한쪽 축인 대구와 경북의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대구문화방송은 경북대학교 교수진들의 자문을 얻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7월 11일부터 20일까지 온라인 패널 조사 방식으로 대구·경북 지역민 천 명을 대상으로 이념과 소수자, 세대, 젠더 등에 대한 관용도 조사를 했습니다.”
특정 정치집단에 대한 따뜻한 정도를 0도에서 100도까지 온도로 표시하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응답자들은 친북세력에는 20.3도, 사회주의자 27도, 반미주의자에게는 28.7도를 줘 매우 차가웠습니다.
대구, 경북의 보수성을 생각하면 예상했던 결과인데 더 냉담하게 점수를 준 집단이 있습니다.
극우 성향의 집단인 일베 회원에 14.8도, 친일 세력 16도, 태극기 세력에게는 26.2도를 줘 비호감을 표시했습니다.
또한 대구·경북민이 이념적으로 가장 불편해한 집단은 일베 회원이 29.4%로 가장 높았고, 친북세력 26.1%, 친일 세력 20.5%, 태극기부대 15.4%, 사회주의자 6%, 반미주의자 2.6%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조사만 보면 대구·경북민은 보수적이지만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진보 성향의 시민과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스스로를 보수라고 여기고 반대편을 진보라고 규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 사회가 이념적인 갈등이 강한 사회냐? 사실 그렇지 않다는 거죠. 실질적으로 양당 지배체제 하에서 정당의 정책이나 공약이 이념의 차이라고 볼 만큼 큰 차이가 있느냐?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등 선거철만 되면 대한민국은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세 대결을 벌이는 것이 일상화됐습니다.
투표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어울리면서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과는 담을 쌓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념을 둘러싼 이런 첨예한 갈등은 중재와 타협이 본질인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불거진 요인이 큽니다.
여기에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생각을 보수와 진보라는 2개의 틀에만 가두는 우리 사회의 이분법적 사고도 이념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MBC 뉴스 심병철입니다. (영상취재 마승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