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도시 이야기
도시는 각양각색의 다층적이고 중층적인 기억의 장소이다. ‘동아시아 도시 이야기(서해문집·2만7,000원)’은 한·중·일 3국은 물론, 베트남과 말레이반도 등의 동남아, 극동 러시아 일부 도시도 포함해 주로 근현대 동아시아 도시 자체나 도시의 특정 구역이 어떻게 기억의 장소들을 형성해 갔는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유지·변화·변용되어 가는지를 살펴본다. 동아시아 도시들의 주요한 기능과 형태에 따른 범주 또는 정체성에 해당하는 식민도시, 문화유산도시, 산업군사도시를 검토한 것은, 이 유형이 오늘날 많은 도시에 계속해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뾰족한 마음
성역 없이 종횡무진 대중문화 비평을 이어온 저자 위근우가 지난 2년여의 글들에 지금의 생각을 덧붙여 ‘뾰족한 마음(시대의창·1만6,000원)’이라는 제목으로 묶었다. 대중문화는 그저 웃자고 소비하는 것이 아닌, 대중의 삶의 행동과 생활양식 그리고 정서와 태도에 깊숙하게 스며든 문화의 총체다. 그 자체로 중요한 비평의 대상이자 공론장의 핵심 화두 중 하나인 것. 웹툰에서 OTT, 영화, TV 예능, 비디오게임, SNS 그리고 정치 이슈까지 넘나드는 35개의 대중문화 비평 글로 섣부른 낙관과 건방진 냉소를 넘어선 삶의 전망과 논의의 지평을 열어내고자 시도한다.
▲한국 근대 임업사
전근대 시대에 나무는 난방과 취사를 위한 연료, 국방과 건축을 위한 재료, 제염 등 산업을 위한 동력이었다.‘한국 근대 임업사(푸른역사·2만2,000원)’은 그런 나무를 심고, 키우고, 활용하는 임업에 초점을 맞춰 한국 근대 경제사의 주요한 변모를 추적한 것이다. 지은이는 산림 소유권의 제도적 변화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역사학자. 그는 탄탄한 조사와 설득력 있는 해석으로, 일제가 한국의 산림자원을 수탈해 갔다거나 일제의 정책이 한국 임업의 근대화 기반을 닦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한국 근대 임업사를 제대로 보는 시각을 제공한다.
▲모기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
‘모기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북트리거·1만8,000원)’은 독일의 여성 생물학자와 경제학자가 공동 집필한 생물 다양성 보고서이다. 생물학과 경제학의 만남이라고 할 때 서로 상충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두 저자는 바로 그러한 인식의 허점을 파고든다. 생물이 더 이상 멸종되지 않도록 지켜야 하는 것은, 생명의 평등함이라는 근본적인 도덕률 외에도 경제적 필요 때문임을 증명해 보이는 것. 모기를 비롯해 해충이나 하찮은 존재로 여겨져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는 생물들조차 알고 보면 다양한 영역에 걸쳐 촘촘히 인간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
▲키워드 동남아
한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 중국에 이은 제2의 교역 대상,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의 무대. 이 모든 수식어가 가리키는 지역이 바로 동남아다. 한국과 동남아는 정치, 문화,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우리는 동남아를 잘 모른다. ‘키워드 동남아(한겨레출판·2만1,000원)’은 전염병, 쌀, 전통의상, 밀레니얼 연대 등 동남아 연구자들이 선정한 30개의 키워드로 쉽게 풀어낸 책이다. 서술방식 또한 전문성을 살리되 부담스럽지 않게 짧은 분량으로 풀어내 부담이 없다. 동남아가 낯설고 복잡하게만 느껴졌다면 이 책으로 입문해 보자.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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