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40대 여성들 지지층을 개딸’이라 부른다. 개딸은‘개혁의 딸’ 이란 준말이지만 최초 어원은 몇 년 전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 시리즈에서 등장한 ‘개같은 성격의 딸’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추종하는 강성 여성 지지자들이 스스로를 ‘개혁의 딸’이라는 뜻으로 부르는 용어가 됐다.
그나마도 최근 대선 정국에서 ‘개딸’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때에는 원래 ‘이재명의 사냥개 딸’이라는 뜻일 정도로 이 의원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성향이 강했다.
‘개딸’들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이는 바로 지난 20대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 대선’ 이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소속된 국민의힘은 과거 한나라당 시절부터 보수 이미지로 인해 젊은 여성들의 지지는 별로 받지 못했던 특징이 있었다.
국민의힘이 강성 페미니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여러 차례 내보인 것도 젊은 여성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렇다고 이재명 의원이 원래부터 젊은 여성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던 것도 아니었다. 여배우와의 스캔들, 형수 욕설 사건 등으로 인해 이 의원 역시 여성 유권자들에게는 인식이 좋지 못했다.
오히려 민주당 내 경선 과정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의원보다 젊은 여성들의 지지를 더 많이 얻었다.
하지만 대선 후보가 확정되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대남’으로 표현되는 젊은 남성들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모으는 방식으로 대선 전략을 세우자,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재명 의원은 젊은 여성들이 많은 여초 커뮤니티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급진적 페미니즘 성향을 가진 이들 커뮤니티의 여성들과 이재명 의원의 포퓰리즘적 공약은 ‘의외로’ 궁합이 잘 맞았고 이것이 ‘개딸’의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애초에 급진적 페미니즘 사상을 기본으로 깔고 있는 개딸들은 논리로 대화하지 않는다. 그저 이 의원을 옹호하면 ‘아군’, 이 의원을 비판하면 ‘적군’이라는 명확한 피아식별 의식만 있다.
이런 의식은 대선 이후인 지난 4월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이 받은 문자메시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손 전 의원은 친(親)이재명계 인사이기도 하다.
손 전 의원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손 고모, 그동안 얼마나 답답하셨나요. 저는 정치 배운 지 한 달 차밖에 안 되는데 이렇게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데요. 걱정마세요, 의원님. 저희 개딸들 풀네임이 ‘이재명의 사냥개딸이에요.
개같이 물어뜯어 버릴 겁니다”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 저희 거예요. 절대 못 뺏겨요. 이재명, 송영길 저희가 지킵니다. 이재명 고문님이 개딸들에게 손 내밀어 줬던 그 날부터 평생 충성하기로 약속했어요.
민주당 수박들 몰아내고, 깨끗하게 빨아서 새로 태어나면 돼요. 검언(검찰 및 언론) 정상화 끝내고 이재명 대통령 만들면 됩니다. 저희가 반드시 지켜낼 거예요”라고 적었다.
이처럼 개딸들은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정당에 대한 지지가 아닌 이재명이라는 정치인 개인에 대한 집착적 광기를 보이는 수준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문 정부의 온갖 실정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을 유지하게 했던 ‘대깨문’의 악성 버전으로, 민주당이 개혁을 외치면서도 더욱 팬덤 정치에 의존하게 하는 해악을 가져오고 있다.
이들의 해악에 대해서는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수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와 관련한 대국민사과에서 “맹목적인 지지에 갇히지 않겠다. 대중에게 집중하는 민주당이 되겠다.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개딸들의 맹목적 팬덤 행태에 대해 비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