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사이 트로트 열풍이 전국을 휩쓸면서 그들이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무한 애정과 팬심이 주목을 받고 있다. K-POP에 열광하는 젊은이들 못지않게 중장년층이 만들어가는 대중문화가 관심을 끄는 것이다.
어떤 분야나 사람을 열성적으로 좋아해 관련된 물건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행위를 ‘덕질’이라고 한다. 맹목적으로 특정 물건을 무작정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하나씩 모으는 것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심취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다 보니 덕질을 하는 범위도 넓고 다양해졌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게임, 드라마, 동물뿐 아니라 최애하는 가수를 위해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열광하기에 이르렀다.
‘주접이 풍년’ 이라는 방송을 종종 본다. 주접이라는 말이 그렇게 좋은 뜻이 아닌데 거기다 풍년이라는 의미까지 담고 있어 제목부터가 시선을 끈다. 이 프로그램은 팬심 자랑대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얼마만큼의 애정을 보여주는지 자랑하는 것이다. 스타가 주인공이 아니라 팬이 주인공이 돼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는 신세대들의 전유물인 팬 문화가 이제는 중장년층의 향유 문화가 됐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는 그들의 모습이 우려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인생을 신나게 즐기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대상으로 인해 삶의 질이 올라간다면 그보다 멋진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사랑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절로 힘이 납니다.” 이 말처럼 덕질의 조건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나이 들어도 설렘을 잊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즐기면 되는 것이다. 무언가에 몰두하는 것은 매력적이고 행복한 일이다. 당당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거침없이 할 수 있는 용기도 때로는 필요하다. 비록 남들 눈에 주접스럽게 보일지라도.
박귀영(수필가·경남문협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