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15m 바람에 소방헬기 악전고투… 27일에나 ‘전국 비’ 예보
고온건조한 날씨 탓 진화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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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점곡면을 지나는 서산영덕고속도로가 산불로 인해 통제되고 있다. 2025.3.24.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점곡면을 지나는 서산영덕고속도로가 산불로 인해 통제되고 있다. 2025.3.24.
연합뉴스
지난 21일 경남 산청에서 시작된 전국 동시 산불이 사흘 이상 이어지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헬기를 띄울 수 없는 야간 산불이 반복되는 가운데 낮에는 강해진 산불로 인한 연기와 강풍이 소방 헬기 투입을 막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다행히 27일 전국적인 비가 예보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산림당국은 바람이 약한 오전 시간에 소방력을 집중해 주불을 잡겠다는 전략이지만 불길이 넓어지면서 예상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4일 산림청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전 9시 기준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산불 진화율이 각각 70%, 65%, 69%로 집계됐다. 산청은 21일부터 나흘째, 의성과 울주는 사흘째 산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사흘째 이어진 경남 김해 산불은 전날 진화율이 96%까지 올랐다 야간 진화로 75%까지 떨어졌지만 진화에 속도가 붙으며 95%로 상승했다.
산림청은 울주와 김해 산불을 잡고 진화력을 산청과 의성에 집중할 계획이었지만 더딘 진화로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됐다.
피해는 빠르게 늘고 있다. 23일 오전 9시 기준 3286.1㏊(잠정)였던 산림 피해는 하루 만에 8732.6㏊로 2.7배 증가했다. 축구장 1만 2400여개에 달하는 산림이 황폐해졌다. 산청과 의성, 울주 3개 지역에서 2000여명이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주택과 창고, 사찰, 공장 등 건물 162곳은 전소되거나 불에 탔다.
산림당국은 일출과 함께 진화를 위한 헬기와 지상 인력, 장비 등을 현장에 총동원했지만 연기 등 현장 상황 악화로 곳곳에서 차질이 빚어졌다. 의성에는 진화대 등 인력 2600명, 장비 377대 등을 투입한 가운데 헬기 59대를 대기시켰으나 안평면 일대 안개와 연기로 시야 확보가 어려워 정상 가동이 이뤄지지 않았다.
산청에는 헬기 36대와 진화 인력 2500명, 소방차 등 장비 249대가 동원됐지만 산불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하동 옥종면까지 확대됐고 주민 지원에 나섰던 소방대원 2명이 부상을 당해 산청에서만 사망 4명, 부상 8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의성 산불 현장에서 “강한 바람으로 진화 헬기 투입에 어려움이 있고 바람의 방향이 오락가락하면서 진화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고 전했다. 화마의 기세가 누그러지지 않자 군도 산불 진화 현장에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투입했다. 제2작전사령부를 중심으로 육군과 해병대, 공군 등 1350여명의 장병과 육군 항공사령부·공군작전사령부 헬기 35대 등 가용 인력 및 장비를 투입해 산불 진화와 잔불 제거, 의료 지원 등에 나섰다.
동시다발 산불 진화를 위한 현장의 악전고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상 상황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 이날 오후 2시 34분 의성에선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확산하면서 진화대원뿐만 아니라 인접한 안동시 일부 주민에게도 긴급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이날 대기가 건조한 상황에서 전국 산간에선 초속 15m 안팎의 강풍이 불었고 순간풍속은 초속 20m 내외를 기록할 정도로 거셌다. 초속 15m 강풍은 걷거나 우산을 펴기가 힘들 정도의 바람으로 중형급 헬기는 비행이 어렵다. 주력 헬기인 카모프는 초속 20m까지 비행이 가능하지만 현장에 투입되더라도 강풍으로 진화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안전상 공중 진화는 최소화가 불가피하다. 더욱이 거센 바람은 불씨를 날려 보내며 화선을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인근 지자체들의 긴장도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이날 오후 의성 산불이 강풍 등 영향으로 안동으로까지 확산하면서 장기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의성군은 옥산면, 점곡면 등 주민뿐 아니라 투입된 진화대원들에게도 대피 명령을 내렸다. 안동시도 산불 확산에 대비해 길안면, 남선면 등 주민에게 대피하기 바란다는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기상청은 대형 산불을 초래한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25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남고북저’의 기압계로 차고 건조한 서풍이 산을 오른 이후 따듯해지면서 산 아래인 동쪽 지역에 고온 건조한 바람이 불게 된다. 가뭄 속 단비는 27일에야 내린다. 26일 늦은 오후 제주도를 시작으로 27일 전국에 비를 뿌리고 충청·전라·경상·제주 등 일부 지역은 밤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 진화는 현장 기상 여건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며 “건조한 대기에 바람이 더해지면 대형 산불로 확산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유규상 기자
2025-03-25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초속 15m 바람에 소방헬기 악전고투… 27일에나 ‘전국 비’ 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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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점곡면을 지나는 서산영덕고속도로가 산불로 인해 통제되고 있다. 202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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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점곡면을 지나는 서산영덕고속도로가 산불로 인해 통제되고 있다. 202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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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경남 산청에서 시작된 전국 동시 산불이 사흘 이상 이어지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헬기를 띄울 수 없는 야간 산불이 반복되는 가운데 낮에는 강해진 산불로 인한 연기와 강풍이 소방 헬기 투입을 막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다행히 27일 전국적인 비가 예보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산림당국은 바람이 약한 오전 시간에 소방력을 집중해 주불을 잡겠다는 전략이지만 불길이 넓어지면서 예상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4일 산림청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전 9시 기준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산불 진화율이 각각 70%, 65%, 69%로 집계됐다. 산청은 21일부터 나흘째, 의성과 울주는 사흘째 산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사흘째 이어진 경남 김해 산불은 전날 진화율이 96%까지 올랐다 야간 진화로 75%까지 떨어졌지만 진화에 속도가 붙으며 95%로 상승했다.
산림청은 울주와 김해 산불을 잡고 진화력을 산청과 의성에 집중할 계획이었지만 더딘 진화로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됐다.
피해는 빠르게 늘고 있다. 23일 오전 9시 기준 3286.1㏊(잠정)였던 산림 피해는 하루 만에 8732.6㏊로 2.7배 증가했다. 축구장 1만 2400여개에 달하는 산림이 황폐해졌다. 산청과 의성, 울주 3개 지역에서 2000여명이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주택과 창고, 사찰, 공장 등 건물 162곳은 전소되거나 불에 탔다.
산림당국은 일출과 함께 진화를 위한 헬기와 지상 인력, 장비 등을 현장에 총동원했지만 연기 등 현장 상황 악화로 곳곳에서 차질이 빚어졌다. 의성에는 진화대 등 인력 2600명, 장비 377대 등을 투입한 가운데 헬기 59대를 대기시켰으나 안평면 일대 안개와 연기로 시야 확보가 어려워 정상 가동이 이뤄지지 않았다.
산청에는 헬기 36대와 진화 인력 2500명, 소방차 등 장비 249대가 동원됐지만 산불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하동 옥종면까지 확대됐고 주민 지원에 나섰던 소방대원 2명이 부상을 당해 산청에서만 사망 4명, 부상 8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의성 산불 현장에서 “강한 바람으로 진화 헬기 투입에 어려움이 있고 바람의 방향이 오락가락하면서 진화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고 전했다. 화마의 기세가 누그러지지 않자 군도 산불 진화 현장에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투입했다. 제2작전사령부를 중심으로 육군과 해병대, 공군 등 1350여명의 장병과 육군 항공사령부·공군작전사령부 헬기 35대 등 가용 인력 및 장비를 투입해 산불 진화와 잔불 제거, 의료 지원 등에 나섰다.
동시다발 산불 진화를 위한 현장의 악전고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상 상황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 이날 오후 2시 34분 의성에선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확산하면서 진화대원뿐만 아니라 인접한 안동시 일부 주민에게도 긴급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이날 대기가 건조한 상황에서 전국 산간에선 초속 15m 안팎의 강풍이 불었고 순간풍속은 초속 20m 내외를 기록할 정도로 거셌다. 초속 15m 강풍은 걷거나 우산을 펴기가 힘들 정도의 바람으로 중형급 헬기는 비행이 어렵다. 주력 헬기인 카모프는 초속 20m까지 비행이 가능하지만 현장에 투입되더라도 강풍으로 진화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안전상 공중 진화는 최소화가 불가피하다. 더욱이 거센 바람은 불씨를 날려 보내며 화선을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인근 지자체들의 긴장도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이날 오후 의성 산불이 강풍 등 영향으로 안동으로까지 확산하면서 장기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의성군은 옥산면, 점곡면 등 주민뿐 아니라 투입된 진화대원들에게도 대피 명령을 내렸다. 안동시도 산불 확산에 대비해 길안면, 남선면 등 주민에게 대피하기 바란다는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기상청은 대형 산불을 초래한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25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남고북저’의 기압계로 차고 건조한 서풍이 산을 오른 이후 따듯해지면서 산 아래인 동쪽 지역에 고온 건조한 바람이 불게 된다. 가뭄 속 단비는 27일에야 내린다. 26일 늦은 오후 제주도를 시작으로 27일 전국에 비를 뿌리고 충청·전라·경상·제주 등 일부 지역은 밤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 진화는 현장 기상 여건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며 “건조한 대기에 바람이 더해지면 대형 산불로 확산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유규상 기자
2025-03-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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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15m 바람에 소방헬기 악전고투… 27일에나 ‘전국 비’ 예보
고온건조한 날씨 탓 진화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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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점곡면을 지나는 서산영덕고속도로가 산불로 인해 통제되고 있다. 202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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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점곡면을 지나는 서산영덕고속도로가 산불로 인해 통제되고 있다. 202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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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경남 산청에서 시작된 전국 동시 산불이 사흘 이상 이어지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헬기를 띄울 수 없는 야간 산불이 반복되는 가운데 낮에는 강해진 산불로 인한 연기와 강풍이 소방 헬기 투입을 막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다행히 27일 전국적인 비가 예보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산림당국은 바람이 약한 오전 시간에 소방력을 집중해 주불을 잡겠다는 전략이지만 불길이 넓어지면서 예상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4일 산림청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전 9시 기준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산불 진화율이 각각 70%, 65%, 69%로 집계됐다. 산청은 21일부터 나흘째, 의성과 울주는 사흘째 산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사흘째 이어진 경남 김해 산불은 전날 진화율이 96%까지 올랐다 야간 진화로 75%까지 떨어졌지만 진화에 속도가 붙으며 95%로 상승했다.
산림청은 울주와 김해 산불을 잡고 진화력을 산청과 의성에 집중할 계획이었지만 더딘 진화로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됐다.
피해는 빠르게 늘고 있다. 23일 오전 9시 기준 3286.1㏊(잠정)였던 산림 피해는 하루 만에 8732.6㏊로 2.7배 증가했다. 축구장 1만 2400여개에 달하는 산림이 황폐해졌다. 산청과 의성, 울주 3개 지역에서 2000여명이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주택과 창고, 사찰, 공장 등 건물 162곳은 전소되거나 불에 탔다.
산림당국은 일출과 함께 진화를 위한 헬기와 지상 인력, 장비 등을 현장에 총동원했지만 연기 등 현장 상황 악화로 곳곳에서 차질이 빚어졌다. 의성에는 진화대 등 인력 2600명, 장비 377대 등을 투입한 가운데 헬기 59대를 대기시켰으나 안평면 일대 안개와 연기로 시야 확보가 어려워 정상 가동이 이뤄지지 않았다.
산청에는 헬기 36대와 진화 인력 2500명, 소방차 등 장비 249대가 동원됐지만 산불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하동 옥종면까지 확대됐고 주민 지원에 나섰던 소방대원 2명이 부상을 당해 산청에서만 사망 4명, 부상 8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의성 산불 현장에서 “강한 바람으로 진화 헬기 투입에 어려움이 있고 바람의 방향이 오락가락하면서 진화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고 전했다. 화마의 기세가 누그러지지 않자 군도 산불 진화 현장에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투입했다. 제2작전사령부를 중심으로 육군과 해병대, 공군 등 1350여명의 장병과 육군 항공사령부·공군작전사령부 헬기 35대 등 가용 인력 및 장비를 투입해 산불 진화와 잔불 제거, 의료 지원 등에 나섰다.
동시다발 산불 진화를 위한 현장의 악전고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상 상황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 이날 오후 2시 34분 의성에선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확산하면서 진화대원뿐만 아니라 인접한 안동시 일부 주민에게도 긴급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이날 대기가 건조한 상황에서 전국 산간에선 초속 15m 안팎의 강풍이 불었고 순간풍속은 초속 20m 내외를 기록할 정도로 거셌다. 초속 15m 강풍은 걷거나 우산을 펴기가 힘들 정도의 바람으로 중형급 헬기는 비행이 어렵다. 주력 헬기인 카모프는 초속 20m까지 비행이 가능하지만 현장에 투입되더라도 강풍으로 진화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안전상 공중 진화는 최소화가 불가피하다. 더욱이 거센 바람은 불씨를 날려 보내며 화선을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인근 지자체들의 긴장도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이날 오후 의성 산불이 강풍 등 영향으로 안동으로까지 확산하면서 장기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의성군은 옥산면, 점곡면 등 주민뿐 아니라 투입된 진화대원들에게도 대피 명령을 내렸다. 안동시도 산불 확산에 대비해 길안면, 남선면 등 주민에게 대피하기 바란다는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기상청은 대형 산불을 초래한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25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남고북저’의 기압계로 차고 건조한 서풍이 산을 오른 이후 따듯해지면서 산 아래인 동쪽 지역에 고온 건조한 바람이 불게 된다. 가뭄 속 단비는 27일에야 내린다. 26일 늦은 오후 제주도를 시작으로 27일 전국에 비를 뿌리고 충청·전라·경상·제주 등 일부 지역은 밤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 진화는 현장 기상 여건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며 “건조한 대기에 바람이 더해지면 대형 산불로 확산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유규상 기자
2025-03-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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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15m 바람에 소방헬기 악전고투… 27일에나 ‘전국 비’ 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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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점곡면을 지나는 서산영덕고속도로가 산불로 인해 통제되고 있다. 202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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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점곡면을 지나는 서산영덕고속도로가 산불로 인해 통제되고 있다. 202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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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경남 산청에서 시작된 전국 동시 산불이 사흘 이상 이어지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헬기를 띄울 수 없는 야간 산불이 반복되는 가운데 낮에는 강해진 산불로 인한 연기와 강풍이 소방 헬기 투입을 막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다행히 27일 전국적인 비가 예보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산림당국은 바람이 약한 오전 시간에 소방력을 집중해 주불을 잡겠다는 전략이지만 불길이 넓어지면서 예상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4일 산림청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전 9시 기준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산불 진화율이 각각 70%, 65%, 69%로 집계됐다. 산청은 21일부터 나흘째, 의성과 울주는 사흘째 산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사흘째 이어진 경남 김해 산불은 전날 진화율이 96%까지 올랐다 야간 진화로 75%까지 떨어졌지만 진화에 속도가 붙으며 95%로 상승했다.
산림청은 울주와 김해 산불을 잡고 진화력을 산청과 의성에 집중할 계획이었지만 더딘 진화로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됐다.
피해는 빠르게 늘고 있다. 23일 오전 9시 기준 3286.1㏊(잠정)였던 산림 피해는 하루 만에 8732.6㏊로 2.7배 증가했다. 축구장 1만 2400여개에 달하는 산림이 황폐해졌다. 산청과 의성, 울주 3개 지역에서 2000여명이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주택과 창고, 사찰, 공장 등 건물 162곳은 전소되거나 불에 탔다.
산림당국은 일출과 함께 진화를 위한 헬기와 지상 인력, 장비 등을 현장에 총동원했지만 연기 등 현장 상황 악화로 곳곳에서 차질이 빚어졌다. 의성에는 진화대 등 인력 2600명, 장비 377대 등을 투입한 가운데 헬기 59대를 대기시켰으나 안평면 일대 안개와 연기로 시야 확보가 어려워 정상 가동이 이뤄지지 않았다.
산청에는 헬기 36대와 진화 인력 2500명, 소방차 등 장비 249대가 동원됐지만 산불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하동 옥종면까지 확대됐고 주민 지원에 나섰던 소방대원 2명이 부상을 당해 산청에서만 사망 4명, 부상 8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의성 산불 현장에서 “강한 바람으로 진화 헬기 투입에 어려움이 있고 바람의 방향이 오락가락하면서 진화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고 전했다. 화마의 기세가 누그러지지 않자 군도 산불 진화 현장에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투입했다. 제2작전사령부를 중심으로 육군과 해병대, 공군 등 1350여명의 장병과 육군 항공사령부·공군작전사령부 헬기 35대 등 가용 인력 및 장비를 투입해 산불 진화와 잔불 제거, 의료 지원 등에 나섰다.
동시다발 산불 진화를 위한 현장의 악전고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상 상황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 이날 오후 2시 34분 의성에선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확산하면서 진화대원뿐만 아니라 인접한 안동시 일부 주민에게도 긴급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이날 대기가 건조한 상황에서 전국 산간에선 초속 15m 안팎의 강풍이 불었고 순간풍속은 초속 20m 내외를 기록할 정도로 거셌다. 초속 15m 강풍은 걷거나 우산을 펴기가 힘들 정도의 바람으로 중형급 헬기는 비행이 어렵다. 주력 헬기인 카모프는 초속 20m까지 비행이 가능하지만 현장에 투입되더라도 강풍으로 진화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안전상 공중 진화는 최소화가 불가피하다. 더욱이 거센 바람은 불씨를 날려 보내며 화선을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인근 지자체들의 긴장도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이날 오후 의성 산불이 강풍 등 영향으로 안동으로까지 확산하면서 장기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의성군은 옥산면, 점곡면 등 주민뿐 아니라 투입된 진화대원들에게도 대피 명령을 내렸다. 안동시도 산불 확산에 대비해 길안면, 남선면 등 주민에게 대피하기 바란다는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기상청은 대형 산불을 초래한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25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남고북저’의 기압계로 차고 건조한 서풍이 산을 오른 이후 따듯해지면서 산 아래인 동쪽 지역에 고온 건조한 바람이 불게 된다. 가뭄 속 단비는 27일에야 내린다. 26일 늦은 오후 제주도를 시작으로 27일 전국에 비를 뿌리고 충청·전라·경상·제주 등 일부 지역은 밤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 진화는 현장 기상 여건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며 “건조한 대기에 바람이 더해지면 대형 산불로 확산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유규상 기자
2025-03-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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