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러 보란 듯… ‘우크라 숙원’ 사거리 300㎞ 미사일 풀었다
우크라, 장거리 미사일 사용 가능
러 “3차 세계대전 갈 수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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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군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사거리가 300㎞인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가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부터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국경 공격을 허용하긴 했지만,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종심을 타격하도록 전면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는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장거리 미사일 공격 허용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는 조치라고 짚었다. NYT가 취재한 미 당국자들은 해당 미사일이 초기에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있는 우크라이나 병력을 방어하기 위해 러시아군과 북한군을 상대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초부터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유한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곧 종전 협상이 시작될 것에 대비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공격 초기 서울 면적의 약 2배에 이르는 러시아 영토를 차지했으나, 점점 빼앗겨 현재는 약 500㎢의 땅을 두고 전투 중이다. ‘쿠르스크 수복 작전’에 북한군도 참전한 가운데 북한은 최근 러시아에 170㎜ 자주포인 M1989 50문과 개량형 240㎜ 방사포 20문을 지원하는 등 군사력 투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당국자들은 에이태큼스가 전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지만 ‘북한이 병력을 더 보내서는 안 된다’는 최소한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정책을 전환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손에 넣을 수 있는 에이태큼스의 공급량이 제한적인 데다 우크라이나가 사거리 300㎞인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깊숙한 곳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해도 전장에 하룻밤 새 변화가 생길 것이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당국자는 오히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유럽 동맹국을 상대로 무력 보복을 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사거리가 긴 미사일 사용을 허가해 얻는 장점이 확전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했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우크라이나가 무기 지원을 요청할 때마다 결정을 보류하다 우크라이나가 포기하기 직전 승인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고 CNN은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에이태큼스 허용 보도 당일 연설에서 “공격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며 미사일 공격 허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며 “미사일은 스스로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정치권은 즉각 반발했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국제문제위원회 부위원장인 블라디미르 자바로프는 에이태큼스 허용과 관련해 “3차 세계대전 시작을 향한 매우 큰 발걸음”이라며 러시아가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상원 헌법위원회 안드레이 클리샤스 위원장도 “서방이 우크라이나 자주권을 완전히 폐허로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치닫기로 결정했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서방이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가한다면 “미국과 영국 등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직접 참전하는 것과 같다”고 위협한 바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직면한 위협에 따라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CNN은 분석 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물려받을 짐을 진단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결정에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트럼프 당선인 정권 인수팀 관계자가 “2025년 1월 20일 오후까지 대통령은 조 바이든이다. 미사일의 사용을 허가한 것은 그의 결정이었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정이 재검토될 수 있음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엑스(X·옛 트위터)에 “군산복합체는 아버지가 평화를 만들고 생명을 구할 기회를 갖기 전에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싶어 하는 듯하다”며 “수조 달러의 돈을 틀어막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영국 안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새뮤얼 라마니는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원조를 삭감하겠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뒤늦게 결정적인 행동을 취했다”며 전황을 바꾸기엔 이미 늦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창수 전문기자
2024-11-19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