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국경 정책 불만 고조
라틴계 10%, 트럼프 지지로 이동
민주당 ‘집토끼’ 흑인 표심도 이탈
‘히든 해리스’ 결국 미풍으로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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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하는 트럼프 지지자들
붉은색 옷과 소품을 착용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6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개표 방송 파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주에서 우위를 보인다는 내용의 개표 방송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애틀랜타 로이터 연합뉴스
민주당 집토끼 ‘라틴계·흑인’ 민심 이탈과 공고했던 ‘샤이 트럼프’(조용히 트럼프를 찍은 유권자).
5일(현지시간) 치러진 제47대 미국 대선 결과는 기존 백인 노동계층에서 비백인 노동계층으로까지 범위를 넓힌 ‘샤이 트럼프’와 기존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로 요약된다. 지난 4년간 조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에서 고조된 인플레이션, 불법 이민·국경 정책 등에 대한 공화당 지지층의 불만이 민주주의 수호, ‘중산층 기회의 경제’를 만들겠다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구호를 뛰어넘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번 대선은 선명한 젠더(성별) 대결로 치러지며 지난 대선 때 트럼프를 지지했던 백인 여성들이 해리스 지지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샤이 트럼프’를 역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저녁 공개된 NBC·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런 경향이 확연했다. 남성의 54%가 트럼프를 지지하고 44%가 해리스를 지지한 반면 여성은 정확히 반대였다. 반면 민주당에 대한 라틴계 불만은 수치로 확인됐다. 라틴계 57%는 해리스를, 42%는 트럼프를 지지했다. 지난 2020년 대선 때 라틴계 유권자의 65%가 당시 조 바이든 후보를, 32%가 트럼프를 지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지율이 10% 포인트가량 트럼프로 이동한 셈이다.
특히 라틴계 남성은 45%만 해리스를 지지했는데, 이는 성·인종별 구분으로 볼 때 백인 남성(38%)에 이어 두 번째로 저조한 수치다. 백인 노동계층(레드넥) 위주였던 트럼프 지지층이 비백인층에게까지 확장된 셈이라고 NBC는 분석했다.
흑인 유권자는 86%가 해리스를, 12%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역시 4년 전 대선에서 전체 흑인 유권자의 92%가 바이든에게 표를 몰아줬던 것과 비교하면 지지세가 상당히 빠진 수치다.
가자 전쟁으로 인한 아랍계 유권자의 이반은 아랍계 인구수가 최대인 경합주 미시간에서 민주당 패배의 한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애리조나, 네바다 등 경합주에서 여성 표심을 결집할 것으로 기대됐던 낙태권 이슈는 결정적 한 방이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81%는 트럼프를 지지해 여전히 견고한 지지세를 재확인했다.
한편 선거 막판 상당수 선거 예측 기관들이 ‘트럼프 우세’에서 ‘해리스 우세’로 돌아섰지만, 실제 결과는 크게 빗나갔다. 개표 초반 경합이었던 판세는 중반으로 갈수록 조금씩 격차가 커졌고 중반 이후 트럼프의 우세가 확연해졌다.
워싱턴 이재연 특파원
2024-11-07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