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반효진, 한국 최연소 금메달
19세 오예진 ‘사격 르네상스’ 견인
14세 요시자와 스케이트보드 정복
2024 파리올림픽에서는 대회 초반부터 어린 나이에 시상대 맨 위에 서는 ‘앙팡 테리블’(Enfant Terrible)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무서운 아이’란 뜻의 프랑스어 앙팡 테리블은 특정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이며 두각을 나타내는 신인을 말할 때 주로 쓰인다.
이번 파리 대회의 대표적 앙팡 테리블은 한국의 반효진이다. 2007년생으로 만 16세 10개월 18일의 ‘여고생 소총수’는 지난 29일(한국시간) 사격 공기소총 여자 10m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는 1988 서울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윤영숙(만 17세 21일)이 남긴 역대 한국 선수 하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 기록을 36년 만에 새로 쓴 것이다. 반효진의 금메달이 더욱 주목받은 것은 한국 선수들이 태극기를 달고 처음 올림픽에 도전한 1948 런던 대회 이후 76년 만에 얻은 100번째 하계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의 또 다른 사격 앙팡 테리블은 오예진으로, 19세 어린 나이로 공기권총 여자 10m에서 금빛 총성을 울렸다. 여자 사격 종목에서 유독 어린 금메달리스트가 많이 배출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1992 바르셀로나 대회 공기소총 여자 10m에서 여갑순이 18세의 나이로, 2012 런던에서는 김장미가 20세에 여자 권총 25m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다소 주춤한 한국 사격은 이들 앙팡 테리블들의 활약 덕분에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대회 사흘 만에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따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일본에서도 이번 대회에서 앙팡 테리블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스케이트보드 여자 스트리트 부문 경기에서 만 14세 10개월의 나이로 우승한 요시자와 고코가 주인공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채택된 스케이트보드는 특히 어린 선수들의 경쟁이 두드러진다.
그런가 하면 복수의 메달을 수확하며 앙팡 테리블의 힘을 제대로 보여 준 선수도 있다. 캐나다의 서머 매킨토시는 2006년생으로, 지난 28일 수영 여자 400m 자유형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다음날 여자 400m 개인혼영에서는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2021년 도쿄 대회 여자 다이빙 10m 플랫폼에서 14세로 금메달을 획득하고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중국의 취안훙찬도 2007년생이다.
한편 역대 하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는 1936 베를린올림픽에서 나왔다. 당시 미국의 머조리 게스트링은 다이빙 스프링보드 종목에서 13세 8개월 28일의 나이로 금메달을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