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여사·차남 헌터, 완주 강력 요구
당 지도부·측근, 사퇴론 확산 차단
“바이든, 인의 장막 둘러싸여” 비판
일각선 “후보 교체해도 승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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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데이비드로 가는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해거스타운의 지역 공항에 착륙한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내려 걸어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인 질 여사와 차남 헌터 등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말을 보내며 민주당 후보 사퇴론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거스타운 AFP 연합뉴스
미국 대선 TV 토론 이후 후보 사퇴론이 들끓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가족과 참모진을 이끌고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 들어갔다. TV 토론 이전에 잡힌 일정이었지만 시점상 공교롭게도 민주당 후보 교체론에 대응하는 성격이 된 셈이다. 더불어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꼽히는 부인 질 여사의 역할에 온통 관심이 쏠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말인 30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가족회의에서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이를 민주당에 확신시킬 방안을 논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가족들은 처참한 토론 결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이 경쟁에 남아 계속 싸우기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온 가족이 하나로 뭉쳤다”며 “대통령은 경선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고 이를 논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의 가장 강력한 조언자인 질 여사, 차남 헌터가 대선 완주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중 일부는 론 클레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 어니타 던 백악관 수석보좌관 등 참모들의 토론 준비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분노’를 표출했다. 특히 질 여사가 토론 참패의 여파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을 어린애처럼 달래 가며 선거 완주를 격려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 그를 향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대통령이 질 여사와 여사의 핵심 측근 등 ‘인의 장막’에 가려져 백악관 내부에서조차 바이든의 정확한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며 이들 상당수가 토론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고문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참모들은 전했다. 바이든 캠프는 1일 오후 선거자금 모금위원회를 위한 콘퍼런스콜을 여는 등 후원자들 달래기에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와 대통령 측근들은 토론 참패를 인정하면서도 후보 사퇴론에 방어막을 치고 있다. CNN은 ‘민주당이 바이든의 레이스 완주만큼이나 후보 교체 시나리오도 두려워하고 있다’고 짚었다. 진보 후보군이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능가할 가능성도 여의찮은 탓이다. 당 관계자는 “바이든이 물러나면 5급 허리케인이 불 것”이라며 파괴력을 우려했다.
바이든과 함께 선거를 치를 연방 상·하원 민주당 출마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지만, 주요 당 지도부는 30일 방송 인터뷰 등에서 공개 지지를 재확인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이날 CNN 등에 출연해 TV 토론에 대해 “나쁜 밤이었다”면서도 바이든의 재임 중 업적이 토론 성과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래피얼 워녹 상원의원,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 등 당 지도부도 바이든을 지지했다.
CBS·유고브의 지난달 28∼29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이 대선에 출마해선 안 된다’는 응답이 72%로, ‘출마해야 한다’(28%)는 응답을 압도했다.
워싱턴 이재연 특파원
2024-07-02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