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하루 앞두고 협상 불발
‘부산 추가 조정’ 놓고 이견 못 좁혀
與 “野 박재호·전재수 살리려 고집”
野 “선거구 합의 못하면 원안대로”
총선까지 쌍특검법 정국 끌고갈 듯
본회의도 불투명… ‘최장 지각’ 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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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선거관리위원회가 28일 부산 수영구 민락동 용화여객에서 ‘버스타고, 정책보고, 투표하고’라는 문구의 4·10 총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부산시선관위는 부산 시내버스 2517대에 정책선거 광고물을 게시했다.
부산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재의하지 않겠다고 국민의힘에 통보했다. 여당은 민주당이 선거구 획정 협상 불발을 핑계로 쌍특검법 재표결을 모든 현안에 ‘전가의 보도’처럼 쓰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 중 마지막으로 열리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쌍특검법 재표결을 안 한다고 통보해 왔다”고 전했다. 당초 거대 양당은 본회의에서 쌍특검법과 22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윤 원내대표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내일(29일) 쌍특검법을 표결하기로 돼 있었는데 (국민의힘) 의총 시작 바로 직전에 민주당이 선거구 획정 요구를 들어 주지 않는다면서 지금 쌍특검법 재표결을 안 하겠다고 통보해 왔다”며 “무슨 이런 정치가 있나.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라고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도 통화에서 “만약 본회의에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선거구 획정안이 안 올라올 경우 쌍특검법 재표결도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현재 47석인 비례대표 의석을 1석 줄여 인구 하한 기준에 따라 의석이 줄어야 하는 전북 지역의 1석 감석을 채우는 방안에 대해 물밑 협상을 벌여 왔다. 이후 민주당은 부산 지역의 지역구 조정을 추가 요구했고 국민의힘이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윤 원내대표는 “부산 추가 조정은 남구를 둘로 나누고 북·강서를 기존대로 유지하자는 것으로, 쉽게 말해 민주당의 박재호·전재수 의원을 살리기 위해 선거구를 그렇게 조정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부산의 추가 요구를 들어 주지 않으면 다시 획정위 방안대로 하겠다고 협상을 파기하고 나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도 통화에서 “교과서에나 나올 게리맨더링을 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협상 파기 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국회로 보낸 획정위 안을 이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여야 원내대표가 추가 협상을 이어 가기로 하면서 이날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여야 원내대표의 막판 협상이 끝내 불발돼 29일 본회의에서 선거구 획정안 처리가 무산되면 선거일 39일 전에야 획정이 이뤄졌던 지난 21대 총선의 불명예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쌍특검법은 지난해 12월 28일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서 처리된 뒤 윤 대통령이 지난달 5일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후 2개월 가까이 재표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자력으로 재의결이 불가능한 만큼 본회의 부결로 쌍특검법을 폐기하자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이를 4월 총선까지 끌고 가도 여론 측면에서 나쁠 게 없다는 판단이다.
손지은·김가현 기자
2024-02-29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