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예비후보자 검증 신청 서류
설화 뺀 성비위·학폭 등 5개 적시
최강욱 등 논란에도 약속 뒤집어
“잠깐 몸 낮추고 대책 소극적” 비판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 같은 막말 논란에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막말·설화 이력을 살피겠다고 공언했지만, ‘예비후보자 검증 신청 서류’에 관련 조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이 막말 논란 당시에만 몸을 낮췄을 뿐 ‘사후약방문’식 대책 마련에도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5일 서울신문이 민주당 관계자를 통해 확보한 예비후보자 검증 신청 서류인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예비후보자 검증 확약서’에는 ▲위장전입 여부 ▲허위 학력·경력 관련 ▲연구 윤리 관련 ▲학교 폭력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성폭력 범죄 및 성비위(2차 가해 포함) 관련 등 5가지 항목에 대한 소명 요구만 있을 뿐 ‘막말·설화’와 관련한 소명 요구는 없었다.
민주당은 또 막말과 함께 윤리기준 강화 요건으로 거론했던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예비후보자들에게 별도의 서류로 제출토록 했지만 막말과 관련한 자료 요구는 없었다.
검증위원회는 이 서류들을 통해 예비후보자들의 소명 내용을 살피고 향후 숨겼던 문제가 드러나면 공천 평가에 반영한다. 민주당 총선기획단 간사인 한병도 의원은 지난달 24일 “후보자가 되기 위해서는 부정부패, 젠더 폭력, 입시 부정, 공직윤리 위반 등에 대한 서약서를 제출하게 돼 있는데 막말과 설화를 추가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는 달랐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약속을 지키고 싶어도 많은 현역 의원들이 해당돼 이행하는 게 쉽지 않아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민형배 의원, 남영희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양문석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 등 최근 막말 논란으로 설화를 빚은 인사들이 모두 ‘친명’(친이재명)을 표방하고 있어 엄격한 검증 잣대를 제시하기 부담스러운 것 아니냐는 견해다.
김용민 의원은 지난 19일 북콘서트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발의해야”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고, 최 전 의원은 윤 정부를 동물의 왕국에 빗대며 “암컷이 나와 설친다”고 해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의 비상 징계를 받았다. 송영길 전 대표는 “200석을 만들어 윤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민주당에 부담을 줬다. 오는 8일에는 송 전 대표의 검찰소환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고 9일에는 김의겸 의원의 북콘서트도 열리는 등 정치 이벤트들이 즐비해 민주당이 막말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