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외국인 등 17명 가족 품에
美·이스라엘 이중국적 소녀 석방
하마스 “하루씩 휴전 연장 관심”
이스라엘, 전쟁 주도권 상실 우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4일간의 휴전과 인질-포로 맞교환 절차가 사흘째를 맞은 26일(현지시간) 휴전 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는 남은 인질을 최대한 석방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양측을 압박하지만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휴전이 전쟁 주도권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 크게 작용하는 분위기다.
이날 풀려난 인질은 태국인 3명, 러시아인 1명, 키부츠에서 납치된 미국·이스라엘 이중 국적 소녀 애비게일 이단 등 17명이다. 몇 시간 뒤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수감자 39명도 가자지구로 돌아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연휴를 보낸 매사추세츠주 낸터킷에서 애비게일을 언급하며 “그녀가 집에 있어서 다행”이라며 “그녀를 안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애비게일의 부모인 로이와 스마다르는 지난달 7일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하마스의 총격으로 숨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단 한 번 남은 인질의 맞교환에는 많은 것이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맞교환이 종료되거나 무산되면 전투 재개 태세를 갖추고 있던 양측이 곧바로 전쟁을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자지구 내 구호 물품 공급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 이집트 정부는 전날 12만 9000ℓ의 디젤 연료를 실은 트럭 7대와 식량과 의약품 등을 실은 구호 트럭 200대가 가자지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두 번째 인질 교환도 11시간 동안 지연되면서 휴전 협상이 중단되고 전쟁이 재개될 수 있어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휴전이 4일 이상 지속되면 하마스가 재정비할 시간이 더 늘어나 향후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작전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강경한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휴전 이후 이스라엘이 곧바로 침공을 강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긴급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인질 추가 석방을 위해 임시 휴전을 연장하는 것이 나의 목표”라며 “이번 휴전을 내일 이후까지 이어 가 더 많은 인질이 풀려나고 인도주의적 도움이 가자지구에 도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 내 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끝까지, 승리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인질들을 데려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결국에는 모두 돌려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도 이날 “인질 10명을 석방할 때마다 하루씩 휴전 기간을 늘리겠다는 안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마이클 클라크 킹스칼리지런던 국방학 객원교수는 영국 일간 더타임스 기고문에서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군사적으로 압도했지만 파괴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고 오히려 전쟁에서 질 위험에 빠져 있다”면서 “휴전 기간이 길어질수록 휴전을 연장하고 인질 석방을 지속하라는 압박이 커지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 주도권을 잃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일시 휴전으로 가자지구 민간인들과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의 고통이 일부 완화된 마당에 이스라엘군이 폭격을 재개할 경우 국제 여론의 더 큰 분노를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결국 이스라엘이 지금의 여성·아동 인질 석방에서 더 나아가 더 위험한 하마스 수감자들과 이스라엘 군인 포로들의 석방까지 추진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