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간 오르다가 일시에 폭락”
금감원 ‘작전 가능성’ 대책 나서
14일 국내 상장사 5곳이 무더기 하한가를 맞았다. 해당 종목들이 지난 수개월간 꾸준히 상승하는 흐름을 나타낸 뒤 일시에 폭락했다는 점에서 ‘제2의 소시에테제네럴(SG)증권발 사태’가 불거진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시세 조종 가능성을 열어 두고 원인 파악에 착수했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6분쯤 방림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폭락한 데 이어 11시 57분쯤에는 동일금속이 하한가로 떨어졌다. 뒤이어 낮 12시 10∼15분에 걸쳐 동일산업, 만호제강, 대한방직이 줄지어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들 5개 종목은 일제히 30% 가격제한폭까지 밀리며 장을 마감했다.
주가가 급전직하한 이들 종목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을 찾긴 힘들다. 철강 관련 3곳, 섬유 관련 2곳 기업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개별 기업이나 산업에서 이렇다 할 악재는 없었다. 그럼에도 증권시장 안팎에서는 지난 4월 라덕연 일당이 주도한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유사하게 시세 조종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매도 물량 창구를 보면 주로 국내 증권사(신한투자·키움·미래에셋증권)들이라는 점에서 SG증권발 사태 때와는 다르지만, 주가 패턴만 보면 거래량이 많지 않은 종목들이고, 2∼3년간 꾸준히 올랐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말했다. 동일금속은 하루 거래량이 1만주에 못 미칠 정도로 거래가 미미하다.
이들 5개 종목 주가는 전날 기준으로 2021년 1월 1일보다 최고 300% 가까이 올랐다. 이 기간 종목별 상승률을 보면 방림 281.68%, 만호제강 273.71%, 동일산업 189.86%, 동일금속 168.40%, 대한방직 36.17% 등이었다. 동일금속 주가는 지난해 말 1만 8000원대에서 전날 3만원대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번 급락 종목들은 한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 추천 종목들이었다. 운영자는 이들 급락 종목에 대해 그동안 수백 개의 분석 글을 올리다가 이날 개인적 사유를 이유로 돌연 활동을 중단했다고 알려졌다. 과거 주가조작으로 징역과 벌금 처벌을 받은 이력이 있다.
이날 사태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게도 따로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번 5개 종목 하한가 사태와 관련해 시세조작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김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