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중국 베팅’ 발언 파장
중 관영매체 싱 대사 옹호 “미국 함정 빠졌다” 비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중국 베팅’ 발언으로 한중 관계가 급격히 경색된 가운데, 중국 당국을 대변하는 관영매체가 싱 대사의 발언을 정상적 외교활동이라고 추켜세웠다.
주재국과 공감대를 넓히고 우호를 강화하는 것이 기본인 외교사절이 이견을 증폭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행동을 했다는 비판이 국내에서는 강하게 나오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오히려 싱 대사를 옹호하며 칭찬한 것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2일 자국 전문가 주장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싱 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것은 정상적인 외교활동이고 비난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정부의 싱 대사 초치를 겨냥해 과잉대응이라고 비판한 뒤 한국 내 반중 감정을 의도적으로 부추겨 진보세력을 탄압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는 주장도 했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의 한반도 전문가 뤼차오는 이 매체에 “싱 대사의 발언은 객관적인 사실로, 중국과 한국의 공동이익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말한 것”이라며 “싱 대사가 사실관계를 지적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중국과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할 이유가 없고, 정치적·외교적·군사적 측면에서 중국에 적대적 입장을 취할 이유가 없다”며 “이것은 매우 비이성적이고 현명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한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전략적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서도 한국의 대외 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신문은 ‘대만해협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 절대 반대’를 언급한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를 소환한 뒤 “한국 정부는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모방함으로써 단순히 미국의 대중전략을 따르는 게 아니라 미국이 승리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표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를 향해 협박에 가까운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신문은 “한국 정부는 다음 조치를 취하기 전 잠시 멈추고 숙고해야 한다”며 “중국이 정말 한국의 적이냐. 만약 한국이 미국의 전략에 동조해 중국을 적대적인 입장으로 몰아넣는다면 한국은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한국의 최대 관심사는 한반도 안보”라며 “맹목적으로 미국의 어젠다를 고수하고 중국과 대립하면 결코 이것을 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국은 (미국) 편들기를 거부할 능력이 없지 않고 적어도 균형을 유지할 능력이 있다”며 “한국은 미국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우리는 이 결정으로 한반도 안보가 위태롭게 될 것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싱 대사는 지난 8일 중국대사 관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찬 회동을 가졌다. 여기서 그는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외교부는 그의 발언이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고 보고, 다음날 싱 대사를 초치해 “사실과 다른 내용과 묵과할 수 없는 표현으로 우리 정책을 비판한 것은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도 다음날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한국 측이 부당한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교섭을 제기하고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의 유관 부문은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를 어떻게 직시하고 중한 관계 안정과 발전을 실현할지 주안점을 두기 희망한다”고도 강조했다.
왕 대변인은 9일 홈페이지에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태로 올린 글을 통해 “현재 중한관계는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이 이렇게 강하게 반발하는 직접적 원인이 윤 대통령의 ‘지나친 친미 밀착’ 기조에 있다는 속내다. 이후 나온 관영지 논조와 같은 맥락이다.
왕 대변인은 또 “싱 대사가 한국 정부와 정당, 사회 각계각층과 폭넓게 접촉하며 양국 관계와 공동 관심사에 의견을 교환하고 중국의 입장과 우려를 소개하는 것은 그의 직무 범위 안에 있다”고도 부연했다.
싱 대사가 한국 정부에 초치될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권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