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 “일본 혐한, 한국 혐일 등 민족주의 극복해야”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는 3일 “일한(한일) 관계 발전은 이 지역 전체의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스가 전 총리는 이날 일본 도쿄 와세다대에서 열린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5주년 기념세미나’에서 “일한 양국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해나가는 중요한 이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스가 전 총리의 축사는 같은 연맹 간사장인 다케다 료타 중의원이 대독했다. 스가 전 총리는 축사에서 “일본에서는 한국 요리와 한국 드라마가 일회성 인기가 아니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은 유행의 최첨단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이는 25년 전 일한 양국 간 문화와 인적 교류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한 한일 파트너십이 선구자였다”라고 밝혔다.
그는 “한편 양국 사이에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몇 가지 있다고 인식한다”며 “나 자신도 일한의원연맹 회장으로서 현재 전향적인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고 양국 관계가 발전하도록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한의원연맹의 상대인 한일의원연맹의 정진석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용단을 내렸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윤 대통령의 의지에 마음을 열고 지난 5월 서울을 답방하는 결단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함께 재일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참배하는 등 한일 양국 정상의 신뢰가 얼마나 두터운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한일 관계 정상화를 이야기할 때 ‘고장난명’이라는 표현을 자주 써왔는데 한손으로는 소리를 낼 수 없고 두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뜻”며 “한일 양국은 동북아 번영을 이끌어가는 강력한 파트너로 다시 굳게 손을 잡았다”라고 강조했다.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이어 ‘윤석열-기시다 2.0’ 시대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사는 “한일 관계는 새로운 관계로 진입되어야 한다”며 “(과거) 어려운 결단을 내려 한일관계 수교를 끌어냈고 1998년 그것을 업그레이드 시켰으며 또 다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건 기시다-윤석열 2.0 시대로 김대중-오부치 선언에서 무엇을 살려 나가며 2.0 시대로 갈지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무소속 김홍걸 의원은 축사에서 “요즘 많은 사람이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발표됐던 1998년으로 돌아가자고 했는데 그 선언의 깊은 뜻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선언의 핵심은 일본국 총리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언급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일 양국이 과거사의 불행을 극복하고 화해와 협력을 지향하며 우호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과거사 문제는 정치인 몇 명의 합의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로 하루아침에 손쉽게 해결하려고 하면 장기적으로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는 이날 기조 강연에서 한일 관계가 매우 중요한 시기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 우크라이나 사태 등 과거에는 없었던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러한 가운데 어떤 식으로 한일 관계를 ‘버전 3’로 업그레이드시킬지 그 답은 바로 일본에서의 혐한, 한국에서의 반일을 어떻게 관리해나가고 서로의 민족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한일 관계는 국제 정세 면에서도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상황에 놓여있다”이라며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중요하며 또 이를 통해서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진척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이 저에게 이런 말을 했다”며 과거 일화를 소개했다. 강 교수는 “한국의 5000만 인구는 유럽 기준에서 대국이지만 중국과 일본, 바다 건너 러시아에 둘러싸인 한국은 고래 틈에 낀 새우는 아니지만 돌고래 정도”라며 “남북통일이 되진 않더라도 북한과 서로의 경제권 형성할 필요가 있는데 한국과 북한이 7000만명에서 8000만명이 되는 경제권을 보유하면 한국과 일본은 더 큰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김 전 대통령은 말했다”라고 전했다.
도쿄 김진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