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임 모 기자는 압수수색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블로그 플랫폼 ‘브런치’에 ‘과잉수사의 정의는 뭔가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압수수색 당시 상황을 전했다.
임 기자는 “기자는 기록하는 사람이고, 기자이기 전에 한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으며 기록을 남깁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휴대전화부터 제출하라. 한동훈 장관님께서도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협조하셨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사기관이 마치 한동훈 장관님의 대변인 같은 발언을 하며,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협조를 하라니, 압수수색을 경찰에서 나온 건지 검찰에서 나온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장관님께서 당시 휴대전화 제출 과정에서 검사와 몸싸움이 벌어져 독직폭행으로 문제 제기하지 않았던가요? 제 기억엔 끝까지 휴대전화 비밀번호는 알려주시지 않으신 걸로 아는데, 어떤 협조를 하셨다는 말씀인지?”라고 묻자 경찰은 더이상 한 장관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임 기자는 또 “기자가 얼마나 중한 죄를 지었길래 판사가 기자의 신체, 의복, 소지품에 주거지 집, 차량, 사무실까지 영장을 발부했을까”라며 의문을 드러냈다. “20년 전 다이어리와 10여 년 전 취재수첩 등이 한 장관님의 인사청문회요청안 PDF 파일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이 속옷 서랍까지 뒤질 때는 솔직히 화가 났다고 임 기자는 적었다.
그는 “경찰이 방에 들어가서 팬티까지 손으로 만지면서 서랍을 뒤지는 것을 보는데, 솔직히 화가 났습니다. 영장을 발부하신 부장판사님도 같은 여자시던데, 영장에는 기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속옷까지 수색하라고 영장 범위에 적어 놓지는 않으셨던데요. 이런 경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요”라고 반문했다.
임 기자는 “지난해 4월 한동훈 장관님의 인사청문회 파일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저희 집에서 그 범위에 한해 압수수색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휴대전화도 제출했고, 업무용 노트북도 제출했는데. 굳이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공간에 속옷 서랍까지 다 들춰보며 수치심을 주는 이유는 뭔가요”라고 하소연했다.
“군인이 총칼 뺏기면 이런 기분일까”
임 기자는 경찰의 사무실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의문을 드러냈다.
임 기자는 먼저 “언론단체들은 이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1년 이상 지났고, 기자 업무가 보통 개인 휴대폰과 전자기기 등으로 이뤄진다는 점, 뉴스룸에는 언론사가 보호해야 할 수많은 취재원 정보와 취재 관련 정보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부당하다고 비판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어제 아침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처음으로 한동훈 장관님의 개인정보유출 위반 혐의란 새로운 저의 죄명을 듣고, 새로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수사에 이어, 현직 법무부장관에 대한 개인정보유출 수사라. 솔직히 기자 개인이 감당하기엔 저에게 ‘죄가 있다’고 하시는 분들이 너무 높은 분들이셔서, 겁도 나고 두렵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출입하는 기자는 1000명이 넘습니다. 외신기자까지 하면 약 1300명에서 15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인사청문회 기간이면 인사검증 자료들이 공개되고, 기자들은 그 자료들을 토대로 취재하면서 인사청문 대상자에 대해 검증하는 보도를 합니다. 그런데 그 당시 무슨일이 있었다는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그는 “난생처음 압수수색을 경험하고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제출하고 나니, 군인이 총과 칼을 뺏기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습니다”라고 털어놨다.
“경찰, 주거지 사전 탐문…미행하듯 가족 얼굴 찍어가”
임 기자는 경찰이 사전 주거지 탐문을 통해 2개월치 아파트 출입기록은 물론 가족 얼굴이 담긴 동영상까지 찍어갔다고도 항변했다.
그는 “오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경찰이 압수수색 전 이미 두 차례나 저희 집을 방문했었고, 2개월치 차량 기록과, 저희 가족들이 엘리베이터를 드나드는 영상들을 모두 촬영해 갔다는 사실을요”라고 주장했다.
임 기자는 “압수수색을 위해 주거지 사전 탐문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면서도 “마치 미행하듯, 기자 차량이 주차장에 들어오자마자 경찰차가 따라 들어오고, 기자 차량 아파트 출입기록이 2개월치나 떼가면서, 가족 얼굴이 담긴 영상들을 왜 찍어가신 건지. 이 사건 수사와 저희 가족들은 무슨 연관성이 있는 건지 묻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장관님, 인사청문회 검증 당시 따님 국제학교에 다니는 것 기자들이 취재할 때 미성년자녀니까 자녀에 대한 과잉 취재는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으셨었나요? 미성년자녀는 장관님 자녀에게만 해당되는건 아니지요? 취재와 수사. 어떤 게 더 당하는 입장에서 공포스러울지, 한번쯤 생각해보셨나요?”라고 되물었다.
임 기자는 마지막으로 “수락석출, 물이 빠지고 나니 돌이 드러난다는 말처럼 언젠가는 흑막이 걷히고 진상이 드러나는 날이 오겠지요. 그때까지 묵묵히, 저는 기자로서 제 길을 걷겠습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니까요”라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한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된 자료가 외부로 새어 나갔다는 의혹과 관련해 전날 MBC 기자 자택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국회사무처 의안과 등을 압수수색했다.
권윤희 기자